▲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해온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답을 이미 정해놓고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의혹제기가 난무하고 있다. 추정과 카더라 뿐이다. 검찰조차 JTBC가 태블릿을 입수한 경위를 놓고 추측 중이다. 발단은 고영태의 입이다.

이번 사태는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순실 씨(60)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고영태 씨가 최순실의 행보를 폭로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했다는 의혹도 고영태 입을 통해 알려졌다. 고영태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최순실 씨가 유흥업소에서 알게 되었다는 고영태 씨다. 27일 밤부터 28일까지 계속 검찰 조사 중이다.

아직 사실로 밝혀진 것은 없다. 고영태 증언이 사실인지 여부는 그가 제출할 증거 자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JTBC가 특종으로 단독 보도한 태블릿PC다.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JTBC의 주장)는 태블릿이다. JTBC는 최초 보도에서 PC라고 보도했다가 나중에서야 태블릿이라고 밝혔다.

JTBC가 태블릿과 관련하여 밝혀낸 사실관계는 ①대선을 6개월 앞두고 김한수 씨(취임 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 중) 회사인 마레이컴퍼니 법인 명의로 개통됐다는 것 ②태블릿에 담긴 파일 모두가 박근혜/대선 관련 내용이며 파일의 작성자 아이디는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점 ③태블릿 사용자 계정은 ‘연이’, 태블릿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김한수, 김팀장, 박근혜 대통령, 그 외 몇몇 일반인이라는 것 ④태블릿 사용자가 카카오톡으로 한팀장과 나누었던 대화는 ‘하이’이며 태블릿에는 최순실 씨 셀카와 누군가 찍어준 사진 등 사진 2장이 들어있다는 점 ⑤태블릿의 이메일 계정은 greatpark1819인데 계정에 암호가 걸려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등이다.

정작 태블릿 주인은 오리무중이다. 당사자 최순실 씨는 독일 현지 인터뷰를 통해 태블릿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JTBC가 태블릿을 발견했었다는 건물 관리인 또한 "짐은 최순실 씨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JTBC에서) 보도된 PC, 그런 것도 지하에서 나왔는지 솔직히 몰라요"라며 부정했다. 검찰은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짐을 옮기면서 해당 태블릿을 경비원에게 버리라고 주었는데 경비원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추측했다.

현재까지 고영태의 말을 입증할 유일한 단서인 태블릿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 태블릿이 어떻게 JTBC에게 흘러갔는지 정확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JTBC의 입장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JTBC는 최초 보도에서 PC라는 용어를 써가며 문제의 태블릿이 최순실 씨 (서울) 사무실에 있는 데스크탑인 것으로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게 보도했다. 데스크탑을 두고 독일로 도망간 것처럼 말이다. 그 후 JTBC는 태블릿이라는 걸 밝혔고, 브리핑에서 정작 검찰이 입수 경위를 묻자 JTBC 기자는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은 JTBC로부터 태블릿을 확보해, 그 안의 파일들을 디지털 포렌식 부서에게 맡겨 저장된 경로와 작성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다.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26일 밝힌 최순실 씨의 관련 증언 일체다. 검찰에서 추측하고 있고 JTBC 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한 태블릿 입수경로에 대해 최순실 씨는 아예 그런 PC의 존재를 모른다고 항변하고 있다. 입수경로와 주인을 아무도 모르는 태블릿인데 거기서 대통령 관련 파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태블릿을 갖고 있던 확실한 당사자는 JTBC다.

최순실 논란의 결정적 단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대선 당시의 파일이 나왔다는 태블릿이다. 그런데 그 태블릿이 최순실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김한수 씨가 개통, 계정 이름은 연이) 것이고 그가 청와대 관계자이거나 제 3자라면 사태의 국면은 완전히 달라진다.

태블릿이 누구 것인지 우선 밝혀야 하고 JTBC가 태블릿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 또한 위중한 문제다. 만약 태블릿이 최순실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것으로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를 JTBC가 입수해 제 3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보도했다면 조작, 허위 보도를 저지른 것이다. 

JTBC가 특종으로 단독 보도한 PC는 집안의 데스크탑이 아니라 최 씨 사무실 밖 어딘가에 버려져있었다는 태블릿이었다. 그리고 버려져 있었다는 JTBC 주장은 확인된 바 없다. 이제는 말을 바꾸고 있다. 만약 JTBC가 보도한 것이 추정, 추측성이 아니라 조작에 따른 허위 보도라면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할 정도의 무거운 사안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검찰이 밝혀야 할 숙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