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정치화로 저성장·양극화…한국은행보다 강화된 경제번영부 필요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4일 헌법 개정 논의를 공식화하였지만 바로 직후 터진 비선 실세 의혹으로 동력이 소진된 듯하다. 그렇지만 그동안도 헌법 개정 문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어왔다는 점에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느냐이다.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은 권력구조에 있다. 대통령의 임기나 권한에 대한 관심이 제일 높아 보인다.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의 5년마다 벌어지는 죽기 살기식 정권 쟁탈 투쟁이 4년마다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의회 권력인 국회의원들은 소위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키거나 내각제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 행태로 볼 때 확실한 대안이 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의회 때문에 대통령의 통치에 어려움이 크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이 국가의 번영과 개개인의 경제적 삶을 윤택하게 하는 헌법인가가 더 큰 관심 사항이다.

필자는 평소에 ‘정치의 경제화’가 번영을 가져오고 ‘경제의 정치화’는 저성장과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의 정치화란 1인1표의 민주정치가 초래하는 경제 정책의 사회주의화 경향 때문에 시장의 신상필벌 차별화 기능이 무력화되어 똑바로 세워져야 할 경제적 사다리가 평평하게 눕혀지는 상황을 말한다. 결국 경제성장의 동기가 차단되어 저성장과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정치의 경제화란 민주정치의 사회주의화를 막아 시장의 신상필벌 차별화 기능을 보강함으로써 경제적 사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을 의미하며, 성장의 동기를 살려내고 동반성장을 가져온다. 박정희의 동반성장은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정치를 경제화한 결과인 반면 오늘날의 경제 저성장과 양극화는 반대로 반공을 버리고 경제를 정치화한 결과이다. 지금 세계 모든 국가들도 ‘경제의 정치화’로 인한 장기 성장 정체와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학계나 정치권은 권력구조가 마치 정치개혁의 핵심인 양 주장하지만 이는 경제적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민주냐 비민주냐도, 내각제냐 대통령제냐도 운영하기에 따라 혹은 지도자에 따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 특정 권력구조가 경제 사다리를 눕히는 포퓰리즘의 방지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4일 헌법 개정 논의를 공식화하였지만 바로 직후 터진 비선 실세 의혹으로 동력이 소진된 듯하다./사진=연합뉴스


필자는 그동안 헌법 개정을 논의하려면 권력구조보다도 ‘경제장’(經濟章)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해왔다. 시장 기능의 본질임과 동시에 경제 번영의 기반인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원리’를 도입하여 국가가 경제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제도적으로 이 원칙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아가 이 원리를 지켜 경제 번영을 책임질 독립된 집행부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오늘날 민주정치체제의 보편적 정부 조직은 행정, 입법, 사법 3부를 표본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행정을 분리하여 경제만을 다루는 ‘경제번영부’(약칭 경제부)를 제4부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비경제문제만 다루고 국민 경제 운영은 경제부가 담당하도록 하여 경제의 정치화를 막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이 제4부는 지금의 대통령은 물론 국회로부터 독립적인, 지금의 사법부와 같은 지위를 갖도록 하여 경제 번영의 근본원리인 신상필벌의 차별화 시장원리를 구현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행과 유사하지만 보다 상위기관으로서 독립성과 권한이 더 강화된 정부기관이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기능 중 경제 관련 입법은 최소화하여 경제부가 정치로부터 독립하여 국민 경제를 운영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에 해당하는 사안을 정의하고 국회 권력이나 일반 행정권으로부터 분리하는 일이 어려운 일일 수는 있지만 민주주의 정치의 맹점을 시정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논의를 활성화해봄 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정부 조직에 대한 통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 번영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선제적으로 이런 방향의 개혁을 하는 국가가 아마도 미래 문명의 선도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박정희의 동반성장은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정치를 경제화한 결과인 반면 오늘날의 경제 저성장과 양극화는 반대로 반공을 버리고 경제를 정치화한 결과이다. 지금 세계 모든 국가들도 ‘경제의 정치화’로 인한 장기 성장 정체와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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