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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요새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의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기업은 돈을 쌓아 놓고 있는데 월급쟁이에게만 세금을 매긴다는 얘기다. 즉, MB 정부시절 법인세율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으로 드러난 이상 MB 정부 이전시절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가계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데 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즉, 법인세 증세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소득재분배 정책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통계적 추이를 보면 가계보다 기업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맞다.
GDP 가운데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계열상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약 35% 정도이던 것이 40%를 넘어선 반면 노동소득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엄밀히 이야기 하면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돈을 번 것이다. 주주는 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배당소득으로 분배받는다.
배당소득에는 소득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기업이 이윤을 많이 창출하면 소득세수가 늘어난다. 물론 2014년 7월 정부에서 기업의 배당률이 너무 낮은 점을 문제 삼아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을 만큼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즉, 현재 상태에서 배당소득세 확보를 통한 소득재분배가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왜냐하면 증가된 세금이 온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은 한계비용 상승만큼 상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균형생산량을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요소수요도 줄어든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제품을 소비하는 국민과 기업에 고용되는 근로자들이 법인세 인상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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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휘둘리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권력과 대가성 있는 거래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사진=미디어펜 |
만일 법인세가 기업의 경제적 이윤에 부과된다고 하면 법인세율을 얼마로 정하던 상관없이 기업은 경제적 이윤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즉,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투입하려고 노력하여 비용극소화를 달성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법인세는 기업의 회계적 이익에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제는 그리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소득세제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이익에 각종 공제를 적용하고 다양한 감면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로 지불한 비용을 손금으로 불인정하거나 공제한도를 규정하는 경우도 많다. 감가상각비의 경우 상각방법에 따라 손금의 액수가 달라진다.
이와 같이 기업의 최종납부 법인세가 결정되는 매우 복잡한 과정에서 세율이 인상되면 기업은 이에 반응하여 기업의 행태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에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 발생한다. 이것이 첫 번째로 법인세 인상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정세액에 대한 감면을 줄이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단계에서는 기업의 이윤극대화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미미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 소비자 등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과 같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법인세의 인상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 기업의 모든 투자결정은 위험부담을 수반하고 기업가는 이에 대한 보상을 이윤으로 받는데 법인세가 인상되면 보상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편익분석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이전에는 현재가치로 환산한 편익이 비용을 초과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투자를 하였으나 법인세 인상이후에는 한계적인 상황에서 투자를 망설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의 투자위축은 전체 경제의 소득을 축소시키므로 근로자와 소비자 소득의 감소를 유발하므로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고 대신 자본재 투입을 늘리거나, 혹은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것은 현재의 시장상황이 그렇게 하도록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 개연성이 높다. 그러므로 법인세의 인상은 기업의 고용과 투자에 대한 성향을 오히려 더욱 부정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과연 현재 법인세 인상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차분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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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준조세라는 명목으로 정치권이 기업에게 기부금을 강요하고 기업은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사진=미디어펜 |
물론 현실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경제학 이론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업경제 환경에 적용되었을 수도 있다. 특히나 작금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과연 이러한 경제적 논리에 근거하여 법인세 인상 효과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치권력이 기업에게 기부금을 강요하고 기업이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하에서는 법인세율에 대한 논의보다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기업이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휘둘리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권력과 대가성 있는 거래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는 그러한 연후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토론의 결과를 정치권에서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타당한 접근이 될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이 글은 18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법인세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
[송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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