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백지현 기자]"민간인의 국정농단 문제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재계를 흔들어 놓으면서 경제까지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재계 고위관계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계 총수들의 무더기 증인 출석이 임박하면서 재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 사업계획 짜기에도 바쁜 시기에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재계가 뒤숭숭한 분위기인데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검찰 조사와 청문회 증인 출석 등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 청문회가 TV로 생중계 될 예정이어서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흠집이 날 수 있어 경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총수들은 건강 문제로 의료진까지 동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는 총수들의 무더기 증인 출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경영 계획 수립이 우선인 상황인데 이번 청문회로 경영공백, 기업 이미지 하락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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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게이트의 국회 청문회에 기업 총수들이 대거 출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큰 타격이 예상된다./연합뉴스 |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6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널리 이름을 알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수장들이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외신에서 보도될 정도의 큰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증인으로 출석하며 대외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또 청문회 준비로 수뇌부의 기능정지와 총수들의 경영공백으로 회사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말이면 내년도 사업계획과 일정, 인사이동 등을 조율하기 위해 바쁜 시기이지만 올해의 경우 검찰 출석과 압수수색에 이번 청문회 출석까지 경영에 집중을 할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중국의 갑작스런 제재에 미쳐 대처를 하지 못하고 손 놓고 당해야만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청문회가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과거처럼 총수들을 향해 ‘윽박지르기’, ‘망신주기’ 식 조사가 이뤄질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런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 밖으로 알려지면 기업하는 총수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이는 대내외 이미지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국조특위가 정확산 사실관계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주요 기업들을 표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청문회를 TV생방송으로 중계하는데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관계 파악이 목적이라면 비공개로 진행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총수의 위축된 모습이 외신을 공개된다면 글로벌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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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문회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과거처럼 총수들을 향해 ‘윽박지르기’, ‘망신주기’ 식 조사가 이뤄질 것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런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 밖으로 알려지면 기업하는 총수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이는 대내외 이미지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미디어펜 |
재계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 조사가 이번 청문회의 목적이라면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TV생중계를 고집하는 건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높은 이번 사안으로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건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청문회에서 특별한 사실관계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이번 역시 국회의 면피용 관행에 총수들이 글로벌 이미지 실추까지 감수하고 제물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데 청문회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는 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청문회를 본다면 어떠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기 보다는 의원들의 윽박과 망신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그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이미 검찰조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히고 있는데 청문회를 열어 대기업 총수를 공개적으로 세우는 것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선 특히 기업인들을 우리처럼 대거 불러들이는 일이 흔치 않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며 “최순실 여파로 가뜩이나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한데 기업총수의 위축된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진다면 기업경영에 득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태우·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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