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뒤흔들 만한 이슈 속출 몸 사리는 기업들
청문회 여파 기업 이미지·경쟁력 약화 우려
   
▲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출석한 ‘슈퍼 청문회’의 후유증 때문이다.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성장 동력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9개 주요 그룹사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의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에서는 재계의 판도을 바꿀 수 있을만한 발언들이 총수들의 입에서 나왔다.

◇더 짙어진 안개 속 경영환경

총수들의 청문회를 지켜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더 힘들어 지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인식이 짙어지면서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반재벌 정서가 강해졌다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개혁 등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기 대선’ 등 경영 환경과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 속출하는 것도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등을 언급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없애거나 개편하고, 전경련에서 탈퇴할 경우 재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다른 기업들도 경영 활동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충분한 사전 논의와 계획 없이 등떠밀리듯 기존 사업 등을 재편할 경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위상은 어떻게?

이번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 총수들은 진땀을 뺐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머리가 나쁜 것 아니냐’ 등의 인신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당황한 총수들의 표정정과 답변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청문회는 외신으로 통해 해외 곳곳에 전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수장들이 이끄는 기업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청문회로 인해 총수 개인과 기업 전체의 위상과 이미지 하락을 걱정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 자리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것만으로도 해외 파트너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논점을 벗어난 총수 ‘망신주기’ 등이 향후 경영활동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걱정했다.

◇사실상 ‘스톱’…먹거리 찾아야 하는데

국내 수출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청문회와 특검 등을 준비하느라 경영계획 수립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 등의 먹거리는 중국과의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해 기술 우위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 멀지 않은 미래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요 수출 기업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발목이 잡혀 있다. 총수와 기업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미래 전략과 투자 계획 등이 2선으로 밀리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투자 계획 수립도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 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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