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임기 등 변수많아…헌법과 법률에 의한 정의에 대한민국 미래 달려
   
▲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9일 국회는 끝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로써 대통령 탄핵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왔다.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고 대한민국 국정은 지난 9일부터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최대 6개월 소요된다. 대통령 탄핵 여부는 내년 4~5월 중 결정될 것이다.

헌재 판결은 재판관별로 진보, 보수 성향이 엇갈리는 데다 이번 사안의 경우 소추 내용 및 심리 경과에 따라 깊은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헌재에서의 본격적인 변론은 내년 1월 시작한다. 향후 2~3개월 내로 탄핵 심판을 결정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1월 말과 3월 중순 각각 퇴임하는 헌재 재판관 2인의 임기도 또 하나의 변수다. 탄핵은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나라의 명운을 가를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이 고민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먼저 탄핵안 가결의 근거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의 근거는 검찰의 공범 공소장과 언론기사 15건이었다. 국회는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와 언론기사를 근거로 대통령을 탄핵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재판은커녕 아직 검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검은 이제 출범했다. 법원 판결까지 나려면 한참이다. 대통령은 의혹만으로도 탄핵됐다. 해상교통사고인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 탄핵사유에 들어갔다.

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 의혹의 시발점은 JTBC가 입수, 보도한 태블릿PC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을 우롱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주장의 유일한 물증이다. 그런데 탄핵소추안 근거에서는 빠져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JTBC가 검찰에게 넘긴 태블릿에는 청와대 문건이 들어있었고 검찰은 이것이 최순실 것이라 단정 짓고 수사를 진행했다. 특검에 수사 자료를 넘기기 직전까지 검찰은 태블릿의 유출 경위와 JTBC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았다. JTBC가 최근 이에 대해 해명 보도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JTBC 보도와 달리, 태블릿PC에는 문서 수정기능과 전화통화 기능이 없었다. 

JTBC가 밝혔다는 청와대 문건 상당수가 hwp파일인데, 태블릿은 MS워드 파일 등에 대한 열람기능만 있다. 태블릿을 개통한 자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었고 태블릿에서 쓰인 이메일은 청와대 직원들의 공용 메일이었다. 그 이외에는 모든 게 불명이다. 고영태 더블루케이 전 이사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순실은 태블릿을 쓸 줄 모른다”고 진술했다.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시각도 의혹으로 그친다. 이는 준조세의 일환으로 기업들로부터 모금을 받은 일반적인 기금이었다. 해당 기업 총수들 모두 ‘대가성 없는’ 일반적 모금이었다고 진술했다. 정상적인 통치행위가 불법으로 판단된다면,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권이 받았던 기금 모금 모두 동일한 잣대로 재단해야 한다.

   
▲ 대통령 탄핵과 관련, 헌재에서의 본격적인 변론은 내년 1월 시작한다. 향후 2~3개월 내로 탄핵 심판을 결정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둘째로 고민해야 할 것은 설사 이러한 의혹 중 일부가 법률위반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2004헌나1 노무현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나 법치주의에 역행해야 헌재가 판단했던 중대한 사유에 속한다. 법조계 다수는 “현재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더욱이 검찰 공소장만 나왔을 뿐 아직 박 대통령 당사자의 해명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 발 카더라 소식과 언론의 편향된 보도만 있었을 뿐이다. 대통령 변호인의 변론이 충분히 제기되어야 한다.

   
▲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판결은 재판관별로 진보, 보수 성향이 엇갈리는 데다 이번 사안의 경우 소추 내용 및 심리 경과에 따라 깊은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사진=미디어펜

마지막으로, 국회의 탄핵 가결이나 헌재의 탄핵 심판 모두 헌법 질서 하에서라는 점이다. 재판관들은 이를 고민해야 한다. 헌정의 핵심은 민심도 헌법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헌재 앞을 백만이 포위해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헌재 심판은 여론의 압박에 좌지우지되어선 안 된다. 헌재 재판관 9인은 헌법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촛불 민심과 여론조사는 바람에 휩쓸리는 겨와 같다.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진다. 과거 광우병 사태의 전말이 이를 입증한다. 이 나라가 전근대국가로 남을지 근대국가로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지는 헌재 재판관 9인에게 달렸다.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한 판단만이 정의다.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는 재판관 9인에게 달려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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