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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서초 사옥. /연합 |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에 대한 방향 설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체’ 선언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박으로 떠밀리듯 당장 컨트롤타워를 없앨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전체의 업무 조정과 사업의 효율성 등을 관장하는 순기능을 상실할 경우 ‘국가 대표기업’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크다.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끝난 뒤에는 미전실 개편 등에 대한 발표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과거 구조조정본부가 미전실로 바뀐 것처럼 이름만 바꿔 달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 미전실 조직 개편 내용은 내년 3월에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 본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출범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은 짧으면 70일, 최장 100일동안 관련 사안을 수사한다.
◇미전실은 필요 없는 조직?
삼성은 60개 계열사와 200여개의 해외 법인을 거느린 대규모 기업 집단이다. 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13.8%나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구글 등과 정면 대결을 하는 국내 회사는 사실상 삼성전자 뿐이다. 그만큼 삼성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미전실을 ‘비선세력’과의 연결고리로 치부하고 있다.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미전실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은 전자·금융·중공업·건설 등 다양한 분야를 가지고 있고, 이들 조직의 시너지와 효율성을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전실 해체에 대해 재계는 국내 대기업 집단의 특성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 분야의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물론 우리 대기업들은 여러 업종의 사업을 꾸리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없이 각개전투식으로 계열사들이 사업을 추진하면 시너지와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운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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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컨트롤 타워의 순기능 살리는 '해법' 필요
미전실은 삼성의 ‘정예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총수의 수족 노릇을 한다는 일반의 시각도 있지만 각 계열사에서 차출된 2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그룹의 미래전략과 사업계획 수립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미전실은 각 계열사를 ‘제 3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시자와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부의 시선으로 계열사의 경영을 진단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 ‘중복투자 방지’와 ‘경영 효율화’ 등에서 미전실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현업에서 다른 계열사가 어떤 아이템을 개발하고, 투자를 하는지 사실상 알기 어렵다”며 “개발·투자 계획을 수립하면 미전실에서 ‘이 아이템은 다른 계열사에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미전실의) 교통정리로 사업과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향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론 여러 경제 연구소에서 내년 글로벌 시장의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 시장의 위축, 트럼프 리스크 등 불안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도 2%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대 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재계의 불안감은 더 크다.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은 물론, 대내외 리스크가 증폭 되는 가운데 삼성의 성장 동력이 꺼질 경우 우리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이 삼성 컨트롤 타워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속한 해체 보다는 기존 시스템의 순기능을 고려한 점진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난 6일 청문회에서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없이는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컨트롤 타워의 순기능은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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