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 돌파 위해 경재사와 거래 추진
자존심 보다 실리 앞세워 '경쟁력 강화'
   
▲ /연합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이재용식 실용주의’을 앞세워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위기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삼성은 ‘자존심’ 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19일 재계·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기존의 틀을 바꾸며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에서 ‘앙숙관계’로 평가되는 국내 경쟁사와의 거래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삼성의 기류 변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허례의식 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수행원 없이 홀로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다. 업무 스타일 역시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삼성의 중심축인 삼성전자는 안팎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은 가운데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삼성전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배터리와 액정표시장치(LCD)의 고민이 크다. 갤럭시 노트7의 리콜 사태로 배터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만 폭스콘(훙하이 정밀공업)이 인수한 샤프가 내년부터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시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SD에 힘을 모을 것으로 관측되는 양사가 시너지를 낼 경우 향후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전자는 ‘자존심’ 보다는 ‘실리’를 앞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LG와의 거래 추진이다.

전자업계에서는 내년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 노트7 이슈 등 배터리의 불안감을 안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기술력을 겸비한 안정적인 수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LG화학의 배터리 공급계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LG디스플레이에 TV용 패널 공급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의 거래중단 선언으로 인한 LCD 패널 공급 부족 우려를 지우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정적은 수급을 위한 부품 거래선 다변화는 이전부터 지속된 정책이었다”면서도 “이제는 품질만 확보 된다면 LG부품이라고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LG라면 일단 벽을 치던 과거 삼성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위기 돌파와 제품의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라이벌’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실용주의’가 그룹 고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사장단인사와 그룹 주요 행사가 잇달아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 만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이날부터 21일 까지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열린다.

최순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출국 금지하고, 그룹 컨트롤 타워의 고강도 수사 가능성이 제기 되는 등 삼성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주요 사업계획 수립까지 제쳐 둘 수 없다는 것이 이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의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 보다 자존심이 강한 삼성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며 “우선 총수의 스타일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최근 (최순실)사태가 진정되고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 되면 삼성의 변화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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