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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얼마큼 도와줄 것인가?
1. 서론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how)”, “얼마큼(how much)” 도와줄 것인가? “어떻게”는 우선 가난한 사람을 정확히 식별해서 가난한 사람을 직접 도와주는 것이다(Friedman 1962, p. 191). 특정 직종, 산업, 연령대, 노동조합 전반이나 일정 수준 이하의 임금계층을 타겟으로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에게 지불되는 기초연금, 최저임금제, 노동조합 및 비정규직 보호법제, 청년고용 할당제, 가격보조, 관세나 각종 무역장벽 등이다. 이 집단에 속하는 모두가 가난한 사람은 아니므로 잘못된 타겟이다.
“어떻게”의 두 번째는 가능한 한 시장을 통해 작동하여 시장기능을 왜곡시키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Friedman 1962, p. 191). 최저임금제, 노동조합 및 비정규직 보호법제, 청년고용 할당제, 가격보조, 관세나 무역장벽 등이 이 두 번째에 어긋나는 예들이다. 우리는 본고에서 가난한 사람을 정확히 식별하고 시장기능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제도가 기본소득제(safety income system)임을 논증한다. 그리고 “얼마큼”에 대해서도 적절한 답을 한다.
2016년 6월 사회보장위원회는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 2016년도 시행계획”을 확정하였는데, 총 187개 세부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또 “2016년도 시・도 지역사회보장계획 연차별 시행계획”도 의결하였는데, 806개의 세부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6. 6. 5). 그리고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기획재정부 2016. 4)에 의하면 사회보장사업 목록에 286개 사업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목록들에 예를 들어 실업급여지급 사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16 나라살림 예산개요”(기획재정부)에 의하면 2016년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중앙정부 예산은 123.4조원으로 2016년 중앙정부 지출예산(386.4조원)의 31.9%에 달한다. 이 예산에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서 저임금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는 것은 포함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복지제도도 포함되지 않는다.1) 이와 같이 한국의 복지제도는 너무 많고 복잡해서 모두 열거하고 그 규모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에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복지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자녀장려금이다. 우리는 각각에 대해 개관한 후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이 대표적인 복지제도들 대신에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 개념에 근거한 기본소득제가 노동공급을 늘리고 소득을 증대하는 것을 보인다.2)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는 것보다 기본소득제가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며 국민경제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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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제의 시행은 모든 복지제도 폐지·단일화가 전제조건이다. 행정비용 절약·누수 차단을 꾀할 수 있다. 이는 현금 지급으로 단순화해야 한다./사진=보건복지부 |
2.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이다. 이 지원에는 생계, 주거, 교육, 자활, 의료, 해산, 장제 등 7개 급여가 있다. 2016년의 각 급여는 다음과 같다.
생계급여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4인 가구 기준 월중위소득 4,391,434원의 29%인 1,273,516원에 미달하는 가구에게 1,273,516원에서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금액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16a).
주거급여는 소득인정액이 4인 가구 기준 월중위소득 4,391,434원의 43%인 1,888,317원 이하인 가구에게 매월 최대 307,000원(서울)을 지급하는 것이다(국토교통부 2016).
교육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월중위소득 4,391,434원의 50%인 2,195,717원 이하인 가구의 초・중・고등학교 자녀에게 지급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입학금 및 수업료 전액과 1인당 연 131,300원의 교과서대금(부교재비 포함) 그리고 53,300원의 학용품비를 지급한다.3)
의료급여는 소득인정액이 4인 가구 기준 월중위소득 4,391,434원의 40%인 1,756,574원 이하인 가구의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된다(보건복지부 2016b). 1종 수급권자는 이들 중 근로무능력 가구, 희귀난치성질환 등록자, 중증질환(암환자, 중증화상환자만 해당) 등록자, 시설수급자이다.
그 외에 행려환자, 이재민, 의상자 및 의사자의 유족, 입양아동(18세미만), 국가유공자,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 북한이탈주민,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노숙인도 1종 수급권자이다. 2종 수급권자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기준 중위소득 40% 이하) 중 1종 수급대상이 아닌 가구이다. 수급권자가 의료기관 등을 이용한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표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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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수급권자가 의료기관 등을 이용한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 출처: 보건복지부(201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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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급여는 근로능력이 있는 생계나 의료급여수급(권)자와 주거급여나 교육급여 수급(권)자 그리고 근로능력이 있고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비수급권자(차상위자)가 자활사업에서 근로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16c). 자활급여는 소득으로 인정되어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해산급여는 생계, 의료, 또는 주거급여 수급자가 출산(출산예정 포함)한 경우 출생영아 1인당 60만원(쌍둥이 1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장제급여는 생계, 의료, 또는 주거급여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 1구당 7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이 없는 4인 가구에 지급되는 월 지원액은 생계급여 1,273,516원와 주거급여(서울) 307,000원을 합해 1,580,516원이다. 연 지원액은 1,580,516원 12 = 18,966,192원이다. 이 가구의 고등학생 자녀가 1년 동안 받는 교육급여는 수업료 1,450,800원 + 교과서대금 131,300원 + 학용품비 53,300원 = 1,635,400원이다. 만약 이 가구에 두 명의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교육급여 3,270,800원이 추가되어 생계, 주거, 교육급여의 합은 연 22,236,992원이 된다.
2016년 생계급여 예산은 3조 2,728억원이고 지원대상은 135만명, 81만 가구(2015년과 동일)로 예상된다. 주거급여 예산은 1조 289억원이고 지원대상은 80만 가구로 예상된다. 교육급여 예산은 1,451억원이다. 의료급여 예산은 4조 7,224억원이다.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147만명과 타법수급자 10만명을 합해 157만명으로 예상된다(기획재정부 2016). 이 예산을 지원대상자수로 나누면 1인당 연 300만원 정도를 의료급여로 지원하는 것이다.
위의 생계, 주거, 교육급여의 합 22,236,992원에 이 의료급여액을 더하면 34,236,992원이다. 즉 소득인정액이 없고 두 자녀가 고등학생인 서울 거주 4인 가구에 지급되는 생계, 주거, 교육, 의료급여의 합은 연 34백만원 정도이다. 자활사업 예산은 자활급여 3,273억원을 포함하여 3,802억원이다(보건복지부 2016년 예산). 지원대상은 5만명(2015년과 동일)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업무를 전담한다.
지금까지 서술한 7개 급여 외에 자산형성지원(2016년 예산 678억원)과 긴급복지지원(2016년 예산 1,013억원)을 포함한 2016년 기초생활보장 부문의 예산은 10조 1,311억원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1개 급여라도 수급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약 210만명으로 예상된다(기획재정부 2016).
소득인정액은 다음과 같이 산정된다(보건복지부 2016a).
아래에서 살펴볼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은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에 추가해서 지급 받는다. 다른 소득들은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와 상쇄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담당자가 근로능력 판정, 소득조사, 재산조사 등 각종 조사(means test)를 하고, 수급권자 및 부양의무자를 판정해야 하고, 불법 및 부당한 수급자를 지속적으로 적발(수급자 관리)해 내야 하는 등 엄청난 행정비용을 수반한다. 참고문헌에 열거된 각 급여 사업안내 책자들은 400 ~ 500페이지씩이나 된다.
수급권자는 실제적인 소득과 무관하게 소득인정액이 낮을수록 유리하므로 소득인정액을 낮추려는 강한 유인(incentive)이 작용한다. 이 유인에 저항하는 것은 담당자의 업무능력과 직무적 양심이다. 담당자가 사명감이 투철하고 업무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210만명을 대상으로 예산이 새는 구멍(loopholes)을 철저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연봉 34백만원 이하(4인 가구)의 소득이 알려지는 일자리는 일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 근로 역유인효과(work disincentive)는 근로장려금을 분석한 후 종합적으로 논의한다.
3.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
국세청은 소득이 낮은 근로자 및 자영업자 가구에 대하여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에 따라 산정된 근로 및 장려금을 연 1회 지급하고 있다. 근로장려금(earned income tax credit: EITC)의 최대 지원액은 가구당 210만원이며 자녀장려금(child tax credit)의 최대지원액은 부양자녀 1인당 50만원이다.
근로장려금은 가구, 총소득, 주택, 재산 요건을 충족해야 수령할 수 있다. 가구 요건은 배우자가 있거나 만 18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거나 신청자가 만 50세 이상인 것이다. 총소득은 사업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이자・배당・연금소득을 합한 것이다. 이 총소득이 단독가구는 1,300만원 미만, 홀벌이가구는 2,100만원 미만, 맞벌이가구는 2,5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주택은 무주택이거나 1채만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재산은 합계액이 1억 4천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에 따른 구체적인 근로장려금은 맞벌이가구의 경우 [그림 1]과 같다. 근로나 사업소득 1,000만원 미만에는 그 소득의 21%, 1,000 ~ 1,300만원 사이에는 210만원, 1,300 ~ 2,500만원 사이에는 점점 작아져서 2,500만원이 되면 없어진다(taper out). 근로장려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 수급자도 수령 가능하다(국세청홈택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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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근로장려금(맞벌이가구) |
자녀장려금도 부양자녀, 총소득, 주택, 재산 요건을 충족해야 수령할 수 있다. 만 18세 미만 부양자녀가 있어야 한다. 부부합산 총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주택은 무주택이거나 1채만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재산은 합계액이 1억 4천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자녀장려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급자는 수령할 수 없지만,4) 생계급여 미수급자이면서 교육급여 수급자는 수령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자녀장려금은 맞벌이가구의 경우 총소득이 600만원 이상 2,550만원 미만이면5) 부양자녀의 수 50만원이고, 2,55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이면 부양자녀수 [50만원 - (총소득 – 2,500만원 ) 1,500분의 20] 이다(국세청홈택스 홈페이지).
2015년에 근로장려금(2014년)을 수령한 가구는 1,232,546 가구이고 자녀장려금을 수령한 가구는 1,046,684 가구이다. 이 중 근로 및 자녀장려금을 모두 수령한 가구는 555,310 가구이므로 총 1,723,920 가구가 근로나 자녀장려금을 수령하였다. 근로장려금으로 1조 467억원, 자녀장려금으로 5,553억원, 총 1조 6,634억원이 지급되었다(국세청 2015).
2016년에 근로장려금 1,997천 가구, 자녀장려금 1,120천 가구, 둘 다는 569천 가구, 총 2,548천 가구에 신청 안내되었다(국세청 보도자료 2016. 6. 5). 여기에 소요되는 (세입)예산은 근로장려금 1조 1,287억원, 자녀장려금 6,957억원, 총 1조 8,244억원이다(국세청 담당자 통화). 국세청 소득지원국의 소득지원과 및 소득관리과 2개 과가 근로 및 자녀장려금을 전담한다.
4.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의 종합적 평가
소득인정액이 월 1,273,516원 미만인 4인 가구는 생계급여로 월 1,273,516원, 연 15,282,192원을 보장받는다. 월 1,273,516원 미만의 근로나 사업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든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종 급여를 받더라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으며 근로장려금이 소득인정액에서 제외되므로 이 가구의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은 생계급여와 근로장려금의 합이 된다. 여기에 주거급여 연 3,684,000원(서울 거주)을 더하면 [18,966,192원 + 근로장려금]이 된다.
Moffitt(2003)의 분석에 따라 이것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그림 2]이다. 여기서 검은색 사선이 복지제도가 전혀 없는 경우의 임금선이다. 이 선의 기울기의 절대값은 임금률(, 예: 시간당 임금)이다. 보라색 선이 생계 및 주거급여이고 주황색 선이 근로장려금이다.
근로나 사업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들므로 일할 유인이 없으며, 근로장려금으로 인한 임금선의 기울기의 절대값이 연 소득 1,000만원까지는 에 지나지 않아 유보임금률(reservation wage rate)보다 낮다면 노동공급이 전혀 되지 않고 유보임금률보다 높더라도 약간만 일을 한다. 빨간색 선은 무차별곡선으로 가 유보임금률보다 낮은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노동공급이 인 점을 지나는 무차별곡선이 원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서 가장 높은 효용을 달성하므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A 점을 선택하여 노동공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약간만 하거나 당국에 알려지지 않는 음성적인 소득을 받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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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생계・주거급여・근로장려금과 기본소득제의 노동공급 효과 비교 |
5. 기본소득제의 설계
위에서 지적한 현행 제도의 노동공급 역유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생계, 주거, 자활급여 및 국세청의 근로・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대신에 기본소득제를 신설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원 미만까지 기본소득제를 통해 현금을 지원한다. 연소득 5,000만원이 소득세의 면세점으로 그 이상은 소득세를 내고 그 이하는 기본소득제를 통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 2016년 4인 가구 기준 월중위소득은 4,391,434원이고 연중위소득은 52,697,208원이므로 연소득 5,000만원 면세점은 우리나라 4인 가구 연중위소득 수준이다. 안심소득세율은 40%이다. 구체적으로 임금률 , 근로시간 라고 하면 안심소득은
이다. 그러므로 가처분소득은
이다([그림 3] 참조). 기본소득제의 특징은 절편(2,000만원)과 임금선 기울기의 절대값()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 및 주거급여는 절편(18,966,192원)만 있는 것이고, 근로장려금에 의하면 임금선 기울기의 절대값이 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소득제는 이 둘을 결합하면서 임금선 기울기의 절대값을 상당히 높이는 것이다.
이 기본소득제에 의해 국가는 모든 (4인) 가구에 적어도 연 2,000만원을 보장한다.6)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국가가 보조금으로 연 2,000만원을 지원하며 근로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생계급여와 상쇄되는 것이 아니고 그 소득의 60%만큼씩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근로장려금보다 더 강하게 근로할 유인(stronger incentive)을 제공한다.
[그림 2]의 파란색 선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경우의 임금선이다. 빨간색 무차별곡선과 파란색 임금선이 접하는 점이 가장 높은 효용을 달성하므로 근로자는 B 점을 선택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이 시행되는 현재보다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소득이 증가한다. 현행 생계, 주거, 자활급여와 근로・자녀장려금 대신에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더 강한 근로유인이 제공되어 노동공급 및 노동소득이 증가한다.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이다. 여기에 209 (시간)를 곱하면(유급휴일 포함) 월급여는 1,260,270원이고 연봉으로는 15,123,240원이다. 위의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그에게 추가적으로 13,950,704원이 지급되어 그의 가처분소득은 연 29,073,944원(월 2,422,829원)이 된다.
이것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0,000원으로 인상할 경우의 연봉 25,080,000원(월 2,090,000원)보다 훨씬 높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심대한 고용감소를 야기하고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증대하여 경제성장을 하락시킨다(박기성 2016). 위의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지 않아도 저소득 가구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더욱이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및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 대신에 노동공급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의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서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 수준만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저임금은 저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인데 비해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세금제도를 통해 담당하는 것으로 현대 국가 기능 중의 하나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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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기본소득제 |
6. 기본소득제의 기대효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은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 1962)의 12장 “가난의 완화(The Alleviation of Poverty)”에서 음소득세를 주장하였다. 음소득세는 정부가 저소득 가구들에게 일률적으로 복지를 베풀면 근로 의욕이 있는 자도 일을 하지 않고 복지에 의존하는 폐단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 유인(work incentive)을 제공하면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프리드만은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대신에 음소득세로 단일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근로장려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 유인보다 근로 역유인(work disincentive)을 제공하여 노동공급 효과는 없거나 미미하다. 생계, 주거, 자활 급여 및 근로・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위의 기본소득제를 신설하면 강한 근로 유인을 제공하게 되어 노동공급 및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국민경제에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제야말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2016년 중앙정부의 보건・복지・노동 사업 예산은 123.4조원이다. 소득이 생계비에 미달하는 국민이 1천만명이라면 1인당 1,234만원씩, 4인 가구라면 4,936만원씩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모든 보건・복지・노동 사업을 통합하고 현금으로 지원한다면 4인 가족 250만 가구 하나당 4,936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보건・복지・노동 사업이 통합되어 이렇게 현금 지급으로 단순화되었었다면 부상으로 수입이 끊겨 동반자살을 한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동아일보 2014. 3. 5)과 같은 사건은 방지되었을 것이다. 기본소득제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 등 모든 복지제도가 단일화된다면 위의 1천만명 중에 상당수가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은 수의 가구에 더 많은 액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프리드만의 제안을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하여 위의 기본소득제를 제안하였다. 프리드만은 모든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음소득세 도입을 주장하였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생계, 주거, 자활급여와 국세청의 근로・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국가가 모든 (4인) 가구당 2,000만원(국민 1인당 500만원)을 보장해 주고 가구의 근로 또는 사업소득의 60%씩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기본소득제를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그림 2]에서와 같이 저소득 가구의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가처분소득이 증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못지않게 중요한 기본소득제의 이점은 행정비용의 절약과 예산 누수의 최소화이다. 생계, 주거, 자활급여와 관련하여 수급권자 및 부양의무자를 판정하기 위한 각종 조사와 수급자 관리, 자활 사업 관리 등 여러 행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복지 혜택(welfare benefits) 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횡령, 착복, 각종 비리 등 누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소득세를 부과・징수하는 국세청 자료 및 행정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세금 징수 과정에 수반되는 정도의 누수만이 발생할 것이다. 관련 행정조직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의 대부분이 국세청의 소득지원국(소득지원과 및 소득관리과)으로 통폐합되는 등 줄어들 것이다.
최저임금을 10,000원으로 가파르게 인상하여 고용 감소 및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재앙적 피해를 끼치는 것 대신에 물가상승률 정도로만 인상하고 위와 같이 기본소득제를 신설하면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고용이 늘고 가처분소득이 증대되어 소비가 늘어서 국민경제에 선순환적 기여를 할 것이다.
최근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진 기본소득(basic income)과 기본소득제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소득은 본인의 소득에 상관없이 국가가 누구에게나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2016년 한국의 인구는 5,080만 명이고7) 이를 4로 나누면 1,270만 가구(4인 가구 기준)이다. 모든 가구에 기본소득 2,000만원을 지급하려면 254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지원 때문에 일 하지 않거나 적게 하는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있다. 그리고 모든 가구(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므로 소득5분위배율이나 지니계수 등 소득격차 지표를 낮추는 효과가 없다.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에게는 일정액을 지급하고 근로나 사업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는 가구에게는 그 소득에 반비례해서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연 소득 5,000만원 미만 가구가 500만 가구(4인 가구 기준, 2,000만명)가 있다면 기본소득제로 가구 당 평균 1,000만원이 지급되므로 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8)
기본소득제와 중복되는 다른 복지제도(예: 생계, 주거, 자활급여, 근로・자녀장려금, 차상위계층 지원 등)가 폐지되면서 그 급여 및 수반되었던 행정비용이 절약되고 각종 누수가 차단될 것이다. 더욱이 기본소득제는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하여 지원 받는 가구의 노동공급을 증가시켜 국민경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노동소득을 증대시켜 국가의 지원액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림 2]의 B 점에서 검은색 사선까지의 수직 거리가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경우의 국가 지원액이다. 이것은 현행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불되는 생계급여(A 점에서 횡축까지의 수직 거리)보다 적다.
그러므로 현행 복지 예산으로 우리가 제시한 기본소득제의 소요 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표 2>의 보건・복지・노동분야 2016년 중앙정부 사업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10조 1,311억원, 기초연금 7조 8,692억원, 노동 17조 2,950억원, 주택 19조 4,367억원, 그리고 근로・자녀장려금 1조 8,244억원을 합한 56조 5,564억원의 거의 전부는 우리가 제안한 기본소득제로 대체되므로 절약될 수 있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무소득 가구는 근로장려금(EITC)을 전혀 받을 수 없고, 저소득 가구가 받을 수 있는 근로장려금은 최대 21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기본소득제에서는 [그림 3]의 예에서와 같이 무소득 가구가 2,000만원을 받고, 정부가 모든 가구의 가처분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며, 소득 5,000만원 미만 가구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 벌어들인 소득(earned income)보다 높게 된다.
소득이 없거나 낮은 가구에게 근로장려금은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본소득제는 현금을 확실하게 지급해 주어 가처분소득을 2,000만원 이상으로 보장해 준다. 그러므로 소득이 없거나 낮은 가구에게 기본소득제가 근로장려금보다 훨씬 유리하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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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2> 보건・복지・노동분야 2016년 중앙정부 사업 예산(단위: 억원)./자료=기획재정부(2016). |
1) “2016년도 시・도 지역사회보장계획 연차별 시행계획”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2016년 사회보장사업 예산은 7조 1,218억원이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6. 6. 5).
2) 본고에서는 밀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의 개념에 근거한 제도를 제안하며 이를 안심소득(safety income)이라고 부르거나 또는 한국 언론의 명명에 따라 기본소득제라고 부르기로 한다.
3) 출처: http://www.bokjiro.go.kr/welInfo/retrieveGvmtWelInfo.do?welInfSno=281 교육부(2015).
4) 2016년 3월 중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중 생계급여를 받은 자는 자녀장려금을 신청할 수 없다(국세청 2016).
5) 홑벌이가구의 경우에는 총소득이 600만원 미만이어도 부양자녀의 수 50만원을 받는다(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별표11의2).
6) 국가가 적어도 1인당 연 500만원을 보장한다.
7) 출처: http://kosis.kr/nsportalStats/nsportalStats_0102Body.jsp?menuId=1&NUM=1
8) 1,000만원은 소득이 없는 가구에 2,000만원부터 소득이 5,000만원인 가구에 0원까지를 단순 평균한 것이다. 가구소득 분포를 알면 정확한 소요 예산을 구할 수 있다. 최근에 박기성・변양규(2016)는 2015년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사용하여 기본소득제의 소요 예산이 37조 3,026억원이고,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를 0.036 낮추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 참고문헌 >
교육부.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교육급여 운영방안 안내. 2015.
국세청. 2015 국세통계연보. ebook. 2015.
국세청. “일하는 저소득 가구의 희망사다리! 2016년 근로・자녀장려금 254만 가구에 신청 안내.” 보도자료. 2016. 5. 4.
국토교통부. 2016년 주거급여 사업안내. 2016.
기획재정부. 2016년 나라살림 예산개요. 2016.
박기성. “가파른 최저임금인상의 고용 및 경제성장 효과.” 규제연구. 출간예정. 2016.
박기성・변양규. “한국형 기본소득제 효과와 소요예산 추정.” Working Paper. 2016.
보건복지부. 2016년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 2016a.
보건복지부. 2016 의료급여사업안내. 2016b.
보건복지부. 2016년 자활사업 안내 (Ⅰ). 2016c.
Friedman, Milton. Capitalism and Freedom.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Moffitt, Robert A. “The Negative Income Tax and the Evolution of U.S. Welfare Polic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7 (3) (Summer 2003): 119-140.
(이 글은 23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열린 ‘자유주의 관점에서 본 노동’ 제2차 자유노동연구회 워크샵에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박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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