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위층 소환, 재계 확산 좌불안석
주요 기업 경영차질 우려 "장기화 걱정"
[미디어펜=김세헌기자]'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고위층에 대한 소환을 공식화하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팀 관계자가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날 조사는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자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의 경영 방침을 실행하는 기구인 미래전략실은 최순실씨에 대한 금전 지원 실무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그동안 조사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고, 삼성 측은 그 대가로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등 사실상의 거래가 이뤄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을 때 삼성이 승마협회 등을 통해 최순실씨 측을 지원하도록 박 대통령이 종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삼성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낼 금액까지 지목한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삼성과 박 대통령 사이에 최순실 씨를 매개로 뇌물이 오고 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삼성 수뇌부를 조사한 이후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삼성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SK, 롯데 등 다른 대기업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을 둘러싼 뇌물 의혹을 수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청와대, 삼성그룹을 둘러싼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상당한 진척을 이뤄진 상황인 만큼, 뇌물 혐의가 제기된 다른 대기업들로 전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어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두 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특검 출범으로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건을 그대로 특검에 인계했다.

   
▲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연합뉴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 기부를 했거나 추가 출연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각각 111억원, 45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이 두 재단에 낸 돈은 204억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 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그해 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이 돈을 전액 돌려받았다.

SK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원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줄여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결국 지원이 성사되지 않았다.

특검은 두 기업이 총수 사면, 면세점 인허가 등 그룹 차원의 해결을 목적으로 청와대와 최순실씨 측의 지원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현재 특검이 총력을 기울이는 삼성그룹 수사 진전 상황에 따라 SK, 롯데 외에도 특검의 추가 수사 대상이 될 기업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요구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KD 코퍼레이션에 납품 특혜를 제공한 현대기아차와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쳐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CJ그룹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재계는 삼성, SK, 롯데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심지어 올해 상반기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은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 수사가 이어진 데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중요 경영진이 추가 소환 대상에 올라 있어 경영활동에 큰 지장이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달 중순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수 없을 전망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출국금지 조처가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혹여 출금이 현실화 할 것을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 하면서 기업인들로서는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크고 작은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에 커다란 차질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