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벼랑 끝에 선 삼성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는 물론, 미래전략실 1·2인자의 사법처리 등 그룹 수뇌부의 집단공백 사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정면 반박하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삼성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 수뇌부 경영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 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대한 재계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저울질 하는 가운데 삼성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전날 특검에 출석해 15시간동안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이번주 중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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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 |
◇삼성, 최악의 사태는 막자
삼성은 최근 적극적인 ‘방어모드’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달 이 부회장이 특검에 처음 출석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삼성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등 사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삼성은 이 부회장의 두 번째 특검 출석이 결정된 이후 관련 의혹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전날 한 매체가 ‘비선실세’로 지목받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30억원짜리 말 블라디미르 구입과 관련한 삼성의 우회지원 의혹을 보도하자 삼성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삼성은 ‘승마 우회지원 의혹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통해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의 구입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지난 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는 이 같은 삼성의 변화를 ‘절박함’으로 읽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영장이 청구될 경우 올해 농사를 사실상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전체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에)영향이 없는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판에 삼성은 오죽하겠냐”며 “오너 비중이 큰 우리 기업 현실에서 삼성은 외출을 타는 것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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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재계, 저러다 저말 삼성이…
재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총수 재소환이라는 강수를 둔 특검의 수사 방향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에만 초점을 맞춘 ‘프레임 수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 대면 조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 카드’를 다시 꺼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재계는 특검이 삼성 수뇌부의 일괄 사법처리를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포함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등의 신병 처리 여부를 일괄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는 삼성 수뇌부의 집단공백이 생길 경우 이 파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대표 역할을 해왔고, 미전실을 대체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체제’ 등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인맥이 삼성의 대형 계약과 인수합병(M&A) 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해외활동이 묶이면 삼성의 발걸음도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는 삼성의 경쟁력 하락도 걱정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삼성이 뒤쳐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해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다람쥐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끌고 갔던 노키아가 정상에서 바닥으로 몰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지 않았다”며 “새로운 시장과 변화를 제대로 준비 하지 못하면 삼성이라고 노키아의 뒤를 따르지 말란 법은 없다”고 했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각종 사업계획과 주요 투자가 지연되면서 주요 계열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올해는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만에 하나 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소영장이 발부 될 경우 특검 수사 후 쇄신안을 발표하고,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삼성의 계획 자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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