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입하는 아이스크림 2015년 제품 판매, 타사 1년으로 정해..."법적으로 문제없어"
   
▲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하는 테스코 아이스크림./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내 대형 유통 기업인 홈플러스가 유통기한이 2년 가까이 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 대형 유통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유통기한을 1년으로 정해 아이스크림을 판매·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을 2년으로 정해 타 유통사들보다 오래된 제품을 판매해오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6일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스페인 아이스크림 브랜드 '파기(Farggi)', '둘셋(Dulcet)' 등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2015년 까지 홈플러스 대주주였던 테스코(Tesco) 홀딩스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테스코 화이트 초콜릿 앤 라즈베리'도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제조하고 가공하는 식품에는 제품명, 제조일자, 영양성분 및 유통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등에 대해서는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스크림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없는 셈이다. 

홈플러스는 내부적으로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을 2년으로 정해놓고 판매하고 있다. 이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자체적으로 품질관리를 위해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많은 기간이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유통기한을 법적으로 지켜야할 이유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2년으로 정해 놨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스크림들이 한 시즌 안에 판매가 되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하는 '파키' 아이스크림. 제조일자가 2015년 12월 7일로 적혀 있다./사진=미디어펜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홈플러스는 2년 가까이 된 아이스크림을 매장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는 2015년 12월 제조된 '파기' 아이스크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하는 '둘셋'도 2016년 6월, '테스코' 아이스크림도 2016년 2월에 제조된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스크림을 전수조사 하지 못했지만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하는 아이스크림들은 2015년이나 2016년에 제조된 것들이 많았다.

해당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은 과거 테스코가 대주주였을 때부터 수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내 브랜드들이 올해 3월로 적혀 있는 등 최근에 생산된 제품들이 많았다. 

강서점은 홈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곳으로 다른 어느 매장보다 품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2년 가까이 된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는 점을 봤을 때 다른 매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홈플러스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스낵류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스낵의 유통기한이 오는 5월까지인 제품들도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현행법상 유통기한이 없지만 냉동 상태 관리를 잘 못할 경우 미생물 번식 등의 가능성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아이스크림류 제품 관련 위해사례는 총 276건에 달했다. 이 중 제품 변질이 의심 돼 복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빈번했고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빙과류의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및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런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품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소매점들을 직접 찾아 오래된 제품들을 자체 수거하거나 유통기한을 1년으로 정하는 등 품질 관리를 해오고 있다. 
   
▲ 홈플러스 강서점의 아이스크림 판매 코너.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하는 아이스크림들이 주를 이룬다./사진=미디어펜
따라서 대형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에서 제조된 지 2년 가까이 된 아이스크림을 판매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유통기한은 따로 없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만 판매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 기업에서 1년이 지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홈플러스의 영업 악화를 이유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조된 아이스크림의 경우는 판매가 잘 안되면 제조사가 수거해가면 되지만 홈플러스가 직접 수입한 것은 마땅히 처리하기도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며 "2년 가까이 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홈플러스의 영업이 부진하다는 뜻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냉동식품은 법적으로 유통기한이 없지만 내부적으로 2년으로 정해 판매하고 있다"며 "타사보다 기한이 길다고 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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