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선서 "재벌개혁에 앞장설 것"
재계, 경영위축 우려…규제·자율 '균형'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 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강압적인 규제가 새 정부의 기업정책 뼈대가 될 경우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핵심 공약으로 내건 경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적인 경제민주화와 재별개혁이 기업들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가로막고,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몇몇 대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등 경영활동에 직결되는 사안들이 핵심 논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경유착 근절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와 규제만을 통한 경제정책이 수립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와 자율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합리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은 규제대상’이고 ‘4차산업혁명을 살릴 수 있는 주체는 중소기업과 창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곤란하다. 기업가 정신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으로 강제할 부분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는 사안의 구분이 필요하다”라며 “상법과 지배구조 개편 등은 기업 사정에 따라 현안이 다양하다. 법으로 일률적 지배구조 형태를 강요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외에 또 다른 규제가 더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과 외국기업간의 역차별이 생겨 시장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 없이 상법 개정 등을 밀어붙일 경우 경영 활동에 제약만 활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부산 신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규제를 강조하면서 5년 동안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규제와 통제만을 재별 개혁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정 인센티브 등 시장의 자율 감시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재계는 규제의 벽을 높이는 것보다 자율성 확대가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대중소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대선후보께 드리는 제언’을 통해 “기업들이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법보다 엄격한 자율규범을 솔선하여 실천하도록 할 것”이라며 “선진국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을 잘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과 정착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며 자정능력 강화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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