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란 이유로 왕따 당할까 두려워”
자녀 진로·취업 교육정보 알 통로 없어
'다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습니다. 현재 수백만 외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3D 업종 노동력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문화를 통한 인구 유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디어펜은 다문화 시대를 맞아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다문화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MP기획 '동행'-다문화④]"편견 깨고 취업·육아 지원"

“한국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3가지는 육아·취업·편견이에요. 그 중 ‘다문화’라는 편견을 깨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왜 이 단어를 우리한테 딱지처럼 붙여놓고 규정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지난달 13일 남양주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이씨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자녀 교육이 가장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미디어펜

한국에 온 지 15년차로 현재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이인숙(42세·중국 연변)씨는 ‘다문화’라는 말이 무섭다고 한다. 그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라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자녀 교육에 힘쓰고 있다.

‘다문화’ 색안경 끼는 한국 사회

이씨는 15년 전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중국 연변에서 혼자 이주했다. 평소 TV드라마를 보며 한국에 대한 동경을 키웠던 그녀는 우리나라의 문화나 언어가 친숙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현실은 달랐다. 이씨는 “다문화인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과 언어적 차이 때문에 외로움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이씨는 ‘중국에서 왔다’고 말하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세계화(Globalization)’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다문화 인식이 개선됐지만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씨의 남편조차도 “사람들에게 먼저 중국에서 왔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중국말이 나오면 죄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한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댁과의 벽도 있었어요. 제가 한국인 며느리처럼 싹싹하게 하지 못했는데 시어머니께서 ‘중국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니?’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인사도 안 받아줬어요. 뭔가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저는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알아도 모르는척 열심히 한국인의 습관과 말투를 배웠어요. 지금은 친척분들이 저를 '한국 며느리'로 부르고 있어요.”

한국어 서툴러 아이들 교육 신경못써

이씨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것 또한 어려웠다고 한다. 이씨는 “내가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어도 기본적으로 받은 교육이 다르니까 아이들이 헷갈려 할까봐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사실 때문에 자녀가 학교에서 한국인 아이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생인 두 딸(12세, 8세)은 남들만큼 공부 욕심이 많아 부족한 엄마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죠”라며 웃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교육 과정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되죠. 혹시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고등학교는 또 어디로 입학시켜야 하나.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에요. ‘한국 엄마들처럼 정보력이 많아야 좋은 대학교를 간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요. 우리(다문화)같은 엄마들은 그런 정보로부터 많이 떨어져있는 게 사실이에요.”

이씨는 ‘다문화’라는 단어 사용에도 유감을 표시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다문화가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을 다문화라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때문에 그들 자신에게도 하나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고 했다.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다문화특별반’을 개설한다고 했을 때 저는 ‘다문화’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불편했어요. 혹시 우리 딸이 수업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한국사회가 다문화라고 규정을 하고 그 틀 속에 넣어버리는 것 같아요. 우리를 위해서 지원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취업 ‘하늘의 별따기’…직업교육 등 절실

이씨는 다문화 가족이 느끼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은 그 숫자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대부분 미취학아동으로 돼있다. 

우리나라는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주아동은 합법체류이든 불법체류이든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는 “저희는 언어도 안되고 편견을 많이 받아서 한국에서 직업 찾기는 곧 하늘의 별따기”라고 비유했다. 

   
▲ 지난 2014년 다문화센터에서 열린 '슬로라이프' 행사에서 이인숙씨 /사진=미디어펜
 그는 “직업교육을 많이 제공했으면 좋겠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은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 유지를 하고 있다”며 “관공서 같은 기관에서 일하려면 컴퓨터도 다룰 줄 알아야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는 3년 전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이 곳에서는 국내 취업이나 자녀 교육을 위한 지원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다문화 엄마들에게는 친정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전국 각 지역 217개소로 운영되며, 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포함된 다문화 가족에게 한국어교육, 가족교육·상담, 통번역, 자녀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씨는 4년전 육아와 일의 병행으로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앓았다고 한다. “왜 이렇게 혼자 애써야하지?”라며 다 포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게 됐고 새 인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한국사회에 바라는 점은 다문화 가족을 바라볼 때 '다문화'라는 차이점에 주목하기보다는 모두가 똑같은 평범한 '가족'임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그는 또 다문화 가정이 생계 유지의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무엇보다 각 지역에 다문화센터가 더 많이 개설됐으면 좋겠다. 제 주변의 다른 엄마들은 센터에 다니고 싶어도 멀어서 못오는 경우가 많다. 또 생계 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다 보니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아이를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다"며 "아이와 함께 배우고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