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우선매수권·컨소시엄 사실상 허용
中 투자자·계열사 동원 8000억 조달 주목
[미디어펜=최주영 기자]1조원에 달하던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이 사실상 인하될 조짐을 보이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유리한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23일 실무책임자 회의를 개최해 금호타이어 매각가격 인하를 그대로 수용할지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박 회장에게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성사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매각가 인하로 박삼구 우선매수권 부활

   
▲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24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가격을 16.2% 가량 인하하고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식매매계약(SPA) 협상을 이번주 내로 마무리짓고 다음주 초 주주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경영실적 악화 등을 들며 기존 매매대금에서 1550억원(16.2%)을 차감한 8000억원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금호타이어 매각가가 변동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부활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더블스타와 체결한 SPA에서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될 경우 계약을 해지, 또는 매각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주식매매계약 내용이 변경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도 살아난다.

이어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박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를 동원하는 컨소시엄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조건부 허용으로 사실상 불허했다. 채권단은 향후 절차상의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조건 없이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일단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국면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매각가가 낮아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고 금호산업이 소유한 '금호' 상표권에 대해서도 높은 사용요율을 부과해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또 더블스타와의 매각 과정에서 광주 지역 민심과 정치권의 지지도 얻고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전남 지역 지자체·경제단체와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노조, 전국 1500여개 대리점주들은 각종 성명과 집회를 통해 중국기업의 인수 추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국내외 투자자와 계열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모으는데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앞서 인수할 수 있다. 

   
▲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진행하고 있는 채권단이 새로운 SPA 변경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사진=금호타이어 제공

해외 투자자 지원나설까…“자금 마련 연구”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그룹차원에서 중국 기업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한 투자자금 마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월15일 금호홀딩스를 통해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당초 인수전에 관심이 많았던 중국 캠차이나도 투자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이밖에 추가적인 전략적투자자(SI) 유치를 통해 자금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계열사를 동원한 인수자금 마련도 당연히 가능할 전망이다. 채권단이 당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채권단이 계열사에 의무 부담을 주는 풋백옵션 등을 금지하는 선에서 허용한 점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입지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무리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때처럼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더욱 신중하게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거쳐 SPA 변경 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묻는 통지서를 발송하면,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공문이나 요청이 오지 않았고 공식 요청이 오면 세부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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