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R&D 투자 세계서 '걸음마' 단계…국내선 현대차가 유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힌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화학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자동차 부품 및 경량화 소재 기술 컨퍼런스'에서 임채욱 산업부 서기관은 미래형 자동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현대자동차는 SUV 투싼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제공


임 서기관은 "특히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보급량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주행거리, 인센티브, 충전 인프라의 3대 걸림돌을 해소해 미래형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실제 정부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수소차 보급목표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량 보급의 기준이 되는 충전인프라 설치와 가격 지원에서도 이렇다할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에는 현대차가 유일한 수소차 개발 선두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제법 많은 브랜드가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 벤츠, BMW, GM 등이 2020년 이후로 수소차 양산 계획 목표를 세웠고 도요타는 수소차 '미라이'를 앞세워 현대차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현대차는 SUV 투싼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한다. 오는 2018년 2월에는 2세대 수소전기차(FCEV)도 본격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수소차는 지난 9월 선공개된 바 있다. 기아자동차와 제네시스도 각각 수소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수소차 인프라 구축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카셰어링 사업 등 수소차 10만대를 도입해 보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14곳에 불과하다.  

이 중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을 만족하는 충전소는 단 3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차 보급량에 걸맞는 충전소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셈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정부 차원의 수소차 지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 충전소 설치 비용 80%를 국고로 지원해 현재 92곳까지 늘렸고, 2020년까지 1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도요타의 수소차 출시와 함께 수소에너지 정착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 도요타의 수소자동차 '미라이' /도요타 제공

 
지난달 26일 환경부는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발표를 전하며 오는 2022년까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200만대를 목표로 그 중 전기차는 35만대를 보급하고 급속 충전인프라 1만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전기·수소차 등’이라는 부분에 수소차 보급 대수는 명시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수소업계 및 관련 기관·지자체 관계자들은 ‘마지못해 늘린 수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정부가 발표한 수소차 보급계획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기차 보급 계획도 실제 구호만 있을 뿐 인프라 구축이나 지원 등은 미미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소가 1200여개로 중국(21만5000개), 미국(4만4000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2만8000개)이나 네덜란드(2만7000개)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국내 업체 전기차 기술이 선두 업체들에 비해 최소 2~3년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료전지차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국내 충전소 업체들의 경우 수소차 충전소에 대한 검증이나 관리감독에 대한 중요도가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문제"라며 "연구개발 지원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어 아직은 소수에 한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인프라 확충을 도맡고 있는 환경부조차 규격화된 기준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수소차는 이제 테스트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급이 되려면 다른 나라보다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소차 산업이 약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현대자동차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권 교체로 최근 다시금 수소차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의 기술개발 역량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차 양산 모델이 나온 게 우리나라로, 중국은 전기차는 만들어내도 수소차엔 쉽사리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발전한 차량만큼 인프라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는 처지여서 정부에서 산학 협력 또는 민간 부문의 예산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보급 확대가 가능할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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