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죽을 맛입니다. 7530원요? 인건비 16.4% 올리라는 건 하루벌이에 전전긍긍하는 자영업자들 장사하지 말라는 소립니다. 지금 알바를 9명 쓰고 있는데 몇명 정리도 했고, 시간도 쪼개 써야 해요. 원래 고용했던 그대로 못합니다."
2018년 1월 첫날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이 됐으나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실제 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저임금 근로자인 파트타임 일자리의 감소가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 중구에서 파트타임 9명을 고용해가며 커피숍을 운영하는 점주 한모(41)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볼멘 소리를 내놓았다.
"월 임대료로 꼬박꼬박 570만 원에 원 재료비 나가는 걸 감안하면 인건비를 절대 늘릴 수 없어요. 작년내내 매출 가장 많이 나가는 시간대 절반을 제가 마감하면서 붙어있었는데 이젠 그 시간을 더 늘리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그는 정부의 임금 인상 정책에 관해 "기존에 쓰던 알바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엄청 기대하고 있지만 글쎄요. 몇명 정리해서 알바 시간을 쪼개는 걸로 근무시간을 세밀히 조정해 어떻게든 인건비 증가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파트타임 일자리 수급에 대해 묻자 점주는 "방학이다 보니 기존 알바 수급에 변동이 생겨 알바 모집공고를 냈는데 11명 찾아와서 일일이 면접을 보았다"며 "하나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고용주 입장에선 일 잘할 똘똘한 친구들 1~2명만 가려 쓸 것"이라면서 추가 채용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청년 등 20대 위주로 주말 파트타임을 고용하는 웨딩홀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동구의 M웨딩홀 대표 김모(38)씨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바보같은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자리 없애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에는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웨딩홀은 주말에 인원이 많이 필요해 알바에 의존합니다. 최저임금이 16% 올라가면 그만큼 인력을 덜 쓰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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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첫날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으로 인상됐다. 사진은 2016년 7월15일 당시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사진=연합뉴스 |
김 대표는 인력 조정에 대해 "알바생들은 토일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8시 내지 11시까지 일하는데 보통 토요일은 25명, 일요일은 15명 정도를 쓴다"며 "웨딩홀은 매주 알바 인원을 조정하고 있고 25명 기준으로 3명 잘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와 관련해 "정부가 인상시켜도 작년이나 올해나 업체 입장에서 나가는 인건비는 그대로일 것"이라며 "웨딩홀 업체가 손해보는 것은 없고 홀서빙 등 응대하는 인원이 줄어들어 하객들이 약간 불편해할 거고 그만큼 알바 일자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는 조금이라도 게으르다 싶으면 다음 주에 바로 잘라내고 잘하는 알바를 뽑아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저임금 일자리 감소는 통계로도 예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은 지난달 22일 자영업자 304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9%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향후 아르바이트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사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자영업 고용주에게 높다'고 답변한 비율은 전체의 81%에 달했고,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 비율은 68%로 집계됐다.
또한 최저임금이 오른 올해부터 빌딩과 학교·아파트 등에서 직종별로 근무시간이나 채용 형태에 대한 조정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의 경우 인상된 최저임금의 1.5배를 받는 야간근무 휴식시간을 늘려 그들이 받는 실제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고, 청소원 채용을 파트타임으로 뽑거나 외주업체로 완전히 넘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직원들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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