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 다변화·미중 통상갈등 리스크
향후 동남아 경제성장률 하락 등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신 남방정책을 추진하고 베트남·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 진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중 의존도 경감 및 수출시장 다변화와 통상갈등 대비 등을 위해 신 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베트남을 방문,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시키고, 양국 교역 규모를 오는 2020년 1000억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쩐 뚜엉 아잉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자동차·에너지·섬유 등 5개 분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력양성협력을 비롯한 민간 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협력 뿐만 아니라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국내 최저임금 16.4% 급등 등의 이유로 석유화학·정유·섬유·중공업을 비롯한 업체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LG화학은 베트남에서 디옥틸프탈레이트(DDP)·편광판·수처리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15-1'광구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규 광구탐사 참여와 지분 추가취득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에서 에틸렌·PP·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업체 인수 및 설비 증설 등을 예고했다.

효성그룹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주력제품 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PP)·탈수소화공정시설·액화석유가스(LPG) 시설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엔 중공업 등 전 사업분야의 복합생산기치 구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현준 회장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3번째)이 베트남 하노이 호알락 하이테크파크에서 열린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 착공식에서 당 티 응옥 틱 베트남 국가부주석 등 관계자들과 시삽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그러나 최근들어 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이라는 동남아 지역 최대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동남아 인구 6억4878만 중 중위연령은 28.8세로 나타났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정렬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나이로, 지난해 한국의 중위연령은 42.0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득증가 및 환경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수십년간 지속된 산아 제한 정책의 영향으로 출산률이 급감, 유엔(UN)에 따르면 베트남(15년)을 필두로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20년)·미얀마·캄보디아(25년) 등 필리핀을 제외한 이들 지역은 25년 안에 고령화사회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는 연금고갈을 비롯한 복지부담 증가로 법인세 및 소득세가 인상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감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법인 'LC타이탄'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최저임금 인상 역시 리스크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유력 노조가 최저임금 80% 인상을 촉구하고 있으며, 미얀마는 33% 인상이 예정됐다.

캄보디아는 정부가 11.1% 인상을 주도했으며, 인도네시아도 최근 최저임금 급등이 기업부담 증가 및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하에 임금 산출 방식을 변경했음에도 8.7% 인상을 기록했다.

동남아에서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베트남의 인상폭이 6.5%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노동계가 13%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이들 세대가 은퇴하면서 복지부담이 증가해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볼 때 동남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