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하락 예상…'업종별 차등화' 촉구
외국인 근로자 비중 높아 형평성 문제 제기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최저임금 인상 폭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섬유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0.9% 증가한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번 회의에 불참한 사용자위원 9명은 의결 직후 "이번 결정은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뤄진 것"이라면서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근로자위원이 이로 인해 파생될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경영계 긴급 기자회견'에 (왼쪽부터)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김극수 한국무역협회 전무·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상무가 참석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업계는 원자재 가격·인건비 급등 및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난번 16.4% 인상에 이어 다시 한 번 두 자릿수 상승은 섬유산업을 존폐 위기로 몰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연장근로가 잦아 많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도 법에 위반된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도 지적됐다. 이들은 언어 및 숙련도 문제로 1년 가량 수습기간이 필요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일괄적으로 받고 있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안을 상정했으나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이에 반발해 전원이 퇴장한 바 있다.

또한 10인 미만 업장 수가 2010년 3만6000여개에서 2016년 4만2000개로 늘어나고 있으며 국내 섬유·의류업체의 99.9%가 300인 미만인 업계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 국내 섬유산업 수출입 추이/자료=한국섬유산업연합회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18년 섬유패션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부담 증가에 따른 공장 해외 이전·자동화가 가속되면서 올 상반기 일자리가 지난해 대비 5000개 가량 감소했으며, 지난해 신규 채용(7333명)도 전년 대비 10.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응해 업체들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의 이전을 지속하면서 이같은 일자리 감소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적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은 2015년 144억달러에서 지난해 137억달러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143억달러에서 151억달러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적자가 14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의 인건비도 급증하고 있어 이전을 선택해도 예전만큼 부담이 낮아지지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내보다는 상황이 좋고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해외 이전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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