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정경제'·'지배구조 개선' 목표로 추진…경제지표 최악 상황에서 기업활동 위축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공정경제'·'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2월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기업들에게 최고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주52시간·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기업에게 영향을 주었다면, 2월 임시국회에서 주로 논의될 법안들은 대기업을 조준사격하고 나섰다.
기업리스크로 가장 먼저 꼽히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비롯해 다중대표소송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의무화될 경우 외국계 자본들이 규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그들측 인사를 경영진에 참여시켜 대주주 의사결정권이 과도하게 제약받을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통과될 경우 외국계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등 자회사가 독립적 경영을 하지 못해 재빠른 의사결정을 못하게 된다.
삼성의 경우 이와 관련해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부당압력 의혹에 휩싸이는 등 고초를 겪엇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는 "오너 대주주의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격자와 방어자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다드인데 현재도 공격적인 외국인 펀드가 국내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기업 방어행위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해외사례 및 부담여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여당이 당정 협의를 거쳐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기업집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삼아, 그동안 공정위만 행사하던 고발권이 검찰로 확대된다.
고발권이 확대되면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수사하다가 구체적 혐의 입증이 벽에 부딪혀도 저인망식으로 다른 위법 여부를 훑는 별건 수사가 가능성해진다.
더욱이 총수지분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등 입법예고대로 하면 기업 규제대상은 2018년 231개사에서 607개사로 대폭 늘어나는데, 해외에서 비슷한 입법사례를 찾기 어렵다.
개정안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분을 팔아야 한다면 주가하락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계열사에 팔 경우 배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법 개정안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클 전망이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타격을 입는다.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글로비스의 오너일가 지분이 29.9%인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20% 이하로 낮춰야 해서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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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야당과 합의 가능한 접점부터 쪼개기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미디어펜 |
한편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쇼핑몰에 대해 밤12시부터 오전10시까지 영업금지, 월 2회 의무휴업(공휴일 원칙), 상업보호구역 신설 등 출점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전경련 등 재계는 "복합쇼핑몰 입점업체 60%가 소상공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와 집단 소송을 허용하는 집단소송법 또한 여야가 풀기 쉽지 않은 숙제로 꼽힌다.
2월 임시국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자유한국당이 보이콧으로 반발해 개회 여부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야당과 합의 가능한 접점부터 쪼개기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과 제조업의 업황전망 등 각종 경제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경제심리를 옥죄는 법안들이 통과되면 기업활동이 더 위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건은 문제의 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단시일만에 통과될 수 있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지난해 연말 사내도급·재하청을 전면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상정 8일만에 통과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법안들이 통과되면 대주주 경영권이 이전보다 취약해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에 쓸 재원과 시간을 경영권 방어에 써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2월 임시국회 입법을 통해 기업 경영권, 민간 자율성을 어디까지 침해하고 규제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