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카드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대형가맹점의 반발이 본격화됐다. 현대자동차가 수수료율 인상안을 거부하며 카드사 5곳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이란 시간 안에 카드사는 현대차가 만족할만한 수수료율을 제안해야 계약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당장 대형가맹점의 입맛에 맞게 수수료율을 조정해 현대차라는 급한 불씨는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타 대형가맹점들의 불만 역시 들끓고 있어 카드사들은 좌불안석이다.
또한 수수료율 인상 여파로 고가 제품 판매를 위해 통상적으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양분해 부담하던 무이자 서비스 역시 점차 사라질 가능성도 커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
|
▲ 사진=미디어펜 |
5일 현대차는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인상을 강행한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대형가맹점, 카드사 수수료 인상안 납득할 수 없어…가맹점도 '피해자'
현대차는 이달부터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한다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통보에 두 차례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하고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수수료율을 정한 뒤에 소급해서 적용하자는 제안이었다.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수수료율을 인상했고, 현대차는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에 1.80% 수준인 수수료율을 0.12~0.14%포인트 인상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해당 요구를 받아들일 시 추가 부담액은 연간 270억~3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BC·NH농협·현대·씨티카드와는 기존 수수료율 유지한 채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적격 비용의 토대가 되는 카드사들의 조달금리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하락해왔으며 연체채권비율도 감소해 수수료 인상 요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카드의 2015~2017년 평균 조달금리는 연 2.80%로 2012~2014년 연 4.29% 적용받던 금리보다 1.49%포인트 감소했다.
그는 또 “5개 카드사들과 계약해지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카드사들의 요청이 있다면 협의는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예상돼 유예기간 안에 협상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
|
▲ 사진=미디어펜 |
카드사, 금융당국-대형가맹점 사이 진퇴양난…연 8000억원 부담은 누가?
카드사들의 입장은 말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마저 올리지 못한다면 등 떠밀리듯 소상공인들에게 인하한 수수료 손실을 카드사가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금융당국의 개편방안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우대가맹점' 범위를 늘리고, 일반가맹점도 수수료율을 낮췄다.
해당 정책에 따라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은 연간 5700억원, 일반가맹점은 연간 2100억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은 연간 총 8000억원이 절감됐지만 그만큼 카드사의 부담은 커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역진성' 해소를 들고나왔다. 즉 중소·자영업자 수수료는 인하하는 대신 마케팅 혜택의 실질적 수요자인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는 인상해 정상화한다는 취지다.
당시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가맹점 계약은 카드사와 가맹점의 자유의사지만 수수료율은 법의 취지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카드사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근본적 문제인 가맹 계약 해지에 대해선 금융위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 등을 이유로 가맹 계약을 해지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윤 국장은 “일률적으로 보긴 어렵다”며 “가맹점 계약 해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도 해결할 수 없다는 가맹점 계약해지에 문제에 당면하며 카드사는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 계약 해지가 이뤄질 경우 피해가 크다”며 “결국 대형가맹점과 협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속되는 순익 악화에 언제까지 카드사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에 대해 납득한다 하더라도 결국 물가상승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
▲ 사진=미디어펜 |
수수료 인상 논란 속 진정한 피해자는 '소비자'…무이자 서비스 사라지나?
금융당국과 카드사,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안 논란 속 진정한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실제 오는 10일까지 현대차와 카드사들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구매할 때 5개 카드사의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 카드 이용에 대한 불편함을 넘어 1%대 안팎의 캐시백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손해도 따라온다.
문제는 현대차만이 아닌 통신사, 대형마트, 항공사 등도 수수료율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거부에 따라 소비자의 피해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안은 수용하게 된다하더라도 물가 인상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어 수수료 인상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대형가맹점의 반발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 역시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대두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는 '무이자 서비스' 중단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양분해 부담하던 무이자 서비스가 업황 악화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이 비용절감 현실화를 위해 포인트 혜택, 부가서비스 중단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외부적으로 수익보존이 안된다면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카드 수수료율 인상안에 따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며 "대형가맹점별로 카드사들이 협상에 들어간다면 향후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을 수용했을 때 그에 따른 물가 인상 역시 따라올 수 있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