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결국 부결됐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물컵 사태’로 불거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결국 조 회장의 사내이사 박탈로 이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총수 일가의 일탈과 경영은 분리해서 봐야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연금, 시민단체를 필두로한 한진그룹에 대한 공격이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일각의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 논리에 입각해 기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부결을 선포했다.
대한항공은 정관을 통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 재선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부결된 사내이사 자리는 다음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공석으로 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은 지난 2014년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 지난해 불거진 물컵 사태로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물컵 사태 이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6일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조양호 사내이사 후보자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며 “해당 후보자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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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이 27일 오전 9시 강서구 대한항공 봉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
대한항공의 주식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에 대한 연임 반대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조 회장 연임에 나섰던 참여연대를 필두로 모인 '대한항공정상화를위한주주권행사시민행동'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시민행동은 주총이 열리기 직전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소수주주, 공적연금 등의 반대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이 부결될 경우 주주에 대한 견제 없이 경영권을 휘둘러온 재벌 총수에게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라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반대를 외쳤다.
때문에 조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대한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참여연대 등 반기업 성향을 띄는 시민단체의 목표는 ‘경영권 박탈’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 반기업 여론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영진은 이 같은 시련에 굴하지 않고 기업 경영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경영진은 최근 일고 있는 정치권 논리에 굽히지 말고 경제논리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은 5년에 불과하지만 기업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원할 수 있다”며 “지금은 어렵겠지만 절대 기업의 본질을 비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봉사한다”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허 교수는 “국민연금은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도 져야한다”며 “의결권을 썼다면, 추후 대한항공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비단 대한항공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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