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자동차 산업이 공급과잉과 패러다임 전환으로 글로벌 감원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듯 정규직 1만명 추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중국시장 재정비를 위해 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하고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시장이 회복되고 있어도 긴축정책을 펼쳐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
현대차는 인위적인 감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적인 현실에서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준비중이지만 노조는 이에 반해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노조가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 대체 인력 1만명을 정규직으로 충원해달라고 본격 요구하고 나서며 오는 5월 있을 노사 상견례부터 신경전이 예고 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오는 2025년까지 조합원 1만7500명이 정년퇴직할 예정인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앞장서기 위해 정규직 1만명 충원 요구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생산으로 노조는 향후 5000개 일자리가, 회사는 7000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폭을 고려해도 1만명은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6년간 생산직 자연 감소 인원은 물론, 청년 실업문제 등을 고려해 정규직을 뽑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감원 추세다. 미국 포드는 비용절감을 위해 독일에서 5000명을 감원하고 영국에서는 그보다 많은 인원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도 향후 5년간 직원 7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미 지난해 11월 본국인 미국에서만 1만4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재규어랜드로버도 연초 4500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격적 투자'가 미덕이었던 자동차 업계였지만 이제 감원은 대세가 됐다. 주요 시장에서 산업 수요가 정체되며 과거 경쟁적으로 양적 성장에 매진한 결과물이 과잉 설비로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감원 추세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업종에 속했지만 앞으로는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미 자동차 제조공정 중 철판을 찍어 형태를 만드는 일이나 이를 용접해 차체를 만드는 일, 차체에 색을 입히는 일은 100% 기계가 한다. 사람이 투입되는 일은 형태가 거의 갖춰진 차에 구동부품과 내장부품 등을 조립하는 정도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떠오를 경우 이런 인력 수요마저 줄어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하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3만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그보다 37%가량 적어 생산 인력도 20~30%가량 덜 필요하다.
여기에 로봇 기술의 진화와 물류 효율화까지 더해지면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인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충원을 요구하고 생산효율성을 반감시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생산량 확대와 공정 자동화 등으로 2025년까지 생산직의 20~30%가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울산공장 등에서 근무하는 현대차 생산직 인력은 3만5000명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주장하는 퇴직자 1만7500명은 생산직뿐만 아니라 연구원, 영업사원 등 모든 직군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직은 2025년까지 1만여명이 정년퇴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 시대가 오면 엔진·변속기가 사라지고 전기차 전용라인 구축 시 다수 공정이 삭제돼 인원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 3월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에 합의한 이후 돈을 더 달라고 주장하고 있어 상견례 시작 전부터 임단협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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