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영향 폭락 기업 속출
지분율 키우고 주주에겐 긍정 시그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 일부는 자사주 매입에 직접 나서 주가를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주가 폭락이 대부분 기업 펀더멘털에 기초한 것이 아닌 만큼 자사주 매입은 대주주 입장에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일반 주주들에게는 회사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6일 코스피 상장사 LF는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안정을 위해 100억 6200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KTB투자증권도 30억원 규모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들은 이밖에도 많다. 락앤락이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상태고 한라홀딩스 100억원, 아이에스동서‧SBS미디어홀딩스도 각각 약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했다. 세방전지, 삼천리, BNK금융지주, 네오위즈홀딩스 등도 주가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혔다.

2월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자사주 매입 상장사들은 더욱 늘어난다. 에프엔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주가안정과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는 모두 40개사에 이른다. 이중 주가안정을 위해 매입한 회사는 34개사다.

이 중에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창사 이후 최초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이후 이달 4일까지 22만4808주를 매입했다. NAVER 역시 지난달 4일부터 24일에 걸쳐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 총 8만3000주를 사들였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의 수단으로 손꼽힌다.

현대차, 현대홈쇼핑, SK이노베이션, 대웅, 부광약품, 미래에셋생명, SIMPAC 등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메디톡스, 탑엔지니어링, 엠플러스, 경동제약, 엔텔스, 삼영이엔씨 등이 자사주 매입에 돌입했다.

자사주 매입이 이처럼 활발해진 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국내증시 지수 붕괴는 심각한 상황이다. 9일인 오늘 오전 코스피 지수는 약 4.5% 급락해 장중 195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4% 넘게 떨어져 610선까지 밀렸다. 이번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회사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 안팎에서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정책’으로 이어져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구체적인 경영상황이 아니라 ‘공포심리’에 입각한 수급상황의 난맥상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각을 목적으로 하는 자사주 매입의 경우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주당 순이익(EPS) 제고라는 큰 장점이 있다”면서 “대주주나 사측 입장에서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지분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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