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 '대국민 사과' 권고 답변 시한 이틀 앞으로
삼성 고위층, 발표 형태·개선안 등 집중 논의
사과 통해 무노조 경영 폐기·소통 약속할 듯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대국민 사과를 권고받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오는 10일 전까지 사과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고위층은 발표 형태와 개선안 등에 대한 막바지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은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과문을 통해 이 부회장은 재판과 연관 있는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은 유감을 표명 하고, 무노조 경영 폐기와 소통 확대를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준법위의 '과거청산'식의 권고들이 오히려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준법위가 보낸 권고문에 대한 답변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며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준법위는 지난달 11일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에 △경영권 승계 관련 과거 위법 행위 사과 △노동 관련 위법 행위 사과와 무노조 경영 방침 폐지 선언 △시민사회 신뢰 회복 방안 공표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달 10일까지 이 부회장이 직접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소와 형식 등은 언급되지 않아 삼성 고위층은 발표 형태를 비롯해 개선 방안, 사과 수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특검의 재판장 기피신청으로 한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는 이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이 총선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고강도의 재발 방지 대책 약속이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감형 명분을 만들기 위해 준법위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벗어나는 데도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삼성이 지난 2월 낸 '임직원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열람 건' 사과문 등을 포괄한 선언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이 복수노조를 인정해 개별협상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도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상생과 사회 공헌을 확대하는 등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사회 각계와의 상생 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같은달 코로나19로 자가격리·재택근무 중인 계열사 및 협력사 직원 7500명에게는 손 소독제, 홍삼·비타민 등 격려 물품을 전달하며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를 응원하자"고 강조했다. 

   
▲ 김지형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이 지난 1월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사과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사안으로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위층에서 답변에 대한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발표 형태, 개선안 등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 중"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자회견이 쉽지 않다. 권고안에 노동, 경영권 승계, 소통 세 가지가 들어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는 경영권 승계도 포함해 빠짐없이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답변에 대해 오는 21일 임시 회의를 열고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피해자 공동투쟁은 지난달 27일 준법위와의 첫 만남에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관련된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준법위는 삼성으로부터 노동 등 의제에 대한 회신을 받고 논의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준법위 관계자는 "삼성이 기한 내 어떤 형태로든지 답신을 보낼 것"이라며 "임시 회의에서는 답신에 대한 재논의와 내부거래, 삼성 경영진에 대한 준법의무 위반 신고 제보 등 여러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준법위가 출범 전 과거 사안 보다는 준법 위반 예방을 위해 청사진을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권 승계 관련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준법위가 재판 전 여론 재판으로 끝내려는 월권 행위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과거 사안만 잡고 있을 경우 당초 삼성의 준법위 출범 의도와 달리 경영간섭으로 비춰져 재판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향후 법적, 도의적 문제를 나누고 위법 활동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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