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용산역 전면 제2구역 수주전, 대우건설에 쓰라린 패배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삼성물산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이하 반포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치욕의 역사를 씻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명실상부 업계 1위 삼성물산이지만 13년 전 용산역 전면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권을 두고 대우건설에 쓰라린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서울 용산역 앞 집창촌이 있는 2, 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권을 두고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여느 때보다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당시 조합원들이 ‘대통령 선거판보다 더 치열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삼성물산이 대우건설에 고배를 마신 전장은 바로 ‘용산역 전면 제2구역’(현 용산 써밋)이다. 오랜 시간 2구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삼성물산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삼성물산은 조합 총회를 한달여 앞둔 2007년 2월 어느 날 용산역 앞에 삼성과 금호의 대결을 상징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설 연휴 시작으로 수많은 귀성객이 용산역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삼성물산이 걸어 놓은 현수막에는 '삼성 vs 금호' 단 여섯 글자 밖에 없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된 대우건설을 조롱하기 위해 금호를 부각시킨 것이다.

당시에는 조합원 개별 대면 홍보도 가능했지만 삼성물산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굳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승리가 따라올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용산역 전면 2구역 수주전에 참여했던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솔직히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된 대우건설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조건 이긴다고 자신만만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조합원들 하나하나 만나며 개별 홍보에 공을 들였고, 총회 당일 조합원들의 손을 잡고 총회장에 입장했다.

총회 결과 삼성물산은 전체 조합원 73명 가운데 22표를 얻는 데 그쳤다. 대우건설은 2배 이상 많은 51표(70%)를 얻으며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래미안 브랜드 파워와 그룹 규모에 의지해 방심한 삼성물산이 진지한 자세로 조합원들에게 진심을 호소한 대우건설에 참패한 것이다.

삼성물산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맞대결은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 이후 용산역 전면 2구역이 2번째 대결이었다”면서 “신정뉴타운에서의 승리로 자만했던 것도 용산 참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반포3주구도 필승전략…공사비 인상·사업비 대여 등 우세

   
▲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반포 3주구 수주전을 통해 5년만에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모습을 드러낸 삼성물산은 3주구 시공권을 획득해 용산의 뼈아픈 참패를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재개발 수주전을 둘러싼 두 건설사의 리턴 매치인 만큼 여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띨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입찰마감 이후 공개된 양사의 제안서에서도 공사비 인상, 사업비 대여 등에서 대우건설의 우세가 점쳐지는 탓이다.

대안설계를 기준으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제시한 총공사비(무상제공 품목 포함)는 각각 8087억원, 8087억1324만원이다. 양측 모두 착공 이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착공이 미뤄질 경우 발생하는 공사비 물가상승분(150억원 내)도 받지 않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사업비 대여 측면에서도 대우건설이 앞선다. 대우건설은 전체 사업비를 0.9% 고정금리로, 삼성물산은 3년물 회사채 금리(현재 1.6% 수준)에 0.25% 더한 금리(약 1.9%)로 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업비 금리가 삼성물산 회사채 금리와 연동되는 사실상 변동금리다. 대우건설이 사실상 절반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수수료를 포함하더라도 적용되는 확정금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5년만에 나선 수주전인 데다 과거 참패의 경험이 있는 대우건설과의 경합이라 상당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면서 “13년전 용산 전면 2구역 당시에도 대우건설은 공사비를 삼성물산보다 3.3㎡당 23만원 낮게(3.3㎡당 445만원) 제시하고 상가와 오피스 책임 분양도 약속하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은 바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