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선거 등 관련 절차 지연…노조 요구안 6월 확정될 듯
현대차 노사 변화에 완성차 업계 집중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교섭이 코로나19 여파로 2개월 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당초 실리주의의 노동조합 집행부가 등장함에 따라 올해 임금협상의 빠른 타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합의안을 마련할 대의원 선출이 늦춰지면서 임금협상도 딜레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통상 4월 말이나 늦어도 5월 안에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지만 올해는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노사가 임금교섭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내부적으로 요구안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요구안을 정리할 대의원 선출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따른 휴업이 길어지며 대의원 선거가 두 달가량 미뤄진 탓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6월 중으로 요구안을 확정하고 7월에 첫 상견례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리' 성향인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말 당선되면서 임금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섭에서 불필요한 마찰로 시간을 끌기 보다는 처음부터 노사가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요구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노조는 코로나19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임금을 동결·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도 염두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요구안 마련에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현대차 노조는 '독일식 해법'을 언급하며 최근 독일 노사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맺은 위기협약을 참고해 임금동결 의지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 따르면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는 지난달 31일로 끝날 예정이던 임금협약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며 사실상의 임금 동결을 선택했다.

대신 기업은 연간 특별상여금인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로 나눠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도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 사업장 소속 노동자 3분의 1이상에게 임금 손실이 생기면 손실 임금의 60~67%를 보전해 주는 '조업단축급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도 기업이 사업장 소속 노동자 1인당 350유로(약 46만원)씩 기금을 적립해 생계에 타격을 입은 노동자에게 지원하고 연말에 기금이 남으면 전체 직원에게 나눠주는 내용도 담았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위기와 노조의 고용 불안을 동시에 해결키로 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독일과 한국의 노사관계 제도가 다른 만큼 독일식 협약을 일률적으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독일 노사가 보여준 위기 극복 방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지키기'라는 대명제 앞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추세가 수그러지지 않으면서 예상보다 빨리 완성차 업계의 교섭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과 조기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쌍용자동차의 경우 경영 정상화에 대한 노사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17일 임금동결을 골자로 한 교섭을 마무리했고 현대차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동차 업계인 만큼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만큼 올해 현대차의 임금협상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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