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회장 "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성 확보해야"
중수부 출신 법조인 "공수처도 살아있는 권력 수사 불가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25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 공수처 권한에 대한 외부 견제를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어 댈 경우 공수처는 새로운 국론분열의 발화점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 성공의 필수조건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인물이 공수처장, 공수처 구성인원이 되어야 한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하는 바, 야당을 비롯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야당도 인정할만한 공수처 조직을 구성하고 어떠한 외압으로도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수처를 반대하는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25일 오후 2시 개최한 대국민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KTV국민방송 유튜브
'견제와 균형을 통한 절제된 수사구조 확립'을 주제로 발제자로 나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공수처는 검찰권 개혁, 부정부패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수사와 기소가 공수처 검사 개인에게 집중된 것은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상훈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공수처장 리스크의 문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며 "공수처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내외부 전문가들이 포함시킨 외부위원회를 통해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 합의체적 의사결정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한 교수는 "공수처에 대한 견제기능이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수사와 기소 조직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공수처는 기본 아이디어가 독립성이다. 독립성은 정치권력이라든가 재력-금권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 국민적 통제가 관건인데 앞서 언급한 위원회 제도를 통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적법절차 확립과 인권친화적 수사체계 구축'이라는 주제로 한 발표에서 "공수처가 실체 규명과 인권 보호의 조화를 이루는 수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별건수사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여러 제한조건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한중 원장은 이날 "공수처가 추가수사할 때 '직접관련성'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관련 없는 다른 사건을 인지수사할 시 뒷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보장하며 변호인 조력권 등 방어권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 원장은 "공수처가 사찰 내지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고발자를 대통령령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며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제도적 개선을 통해 권력자들이 공수처를 간섭하는 것에 대한 꾸준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수처 통제와 관련해 정 원장은 "공수처 검사가 영장청구할 땐 누가 통제하냐도 문제"라며 "수사를 장기적으로 해서 산더미 같은 조서를 넘겨주면서 영장전담판사에게 넘긴다면 어떻게 될까? 공수처 검사가 직접 수사해 법원으로 넘어가는 건 통제가 불가능하다. 내외부 인사를 절반씩 구성한 심의위원회를 통해 영장청구를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25일 오후 2시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국민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다./사진=KTV국민방송 유튜브
이날 열린 전문가들 토론회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의 최운식 대륙아주 변호사 또한 "공수처의 절대적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전문가 협의체나 위원회를 구성해서 이에 대한 방안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지금까지의 검찰에서는 불가능했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라며 "통치권자로부터, 혹은 국회로부터의 영향력을 없애려면 공수처 차장의 임명 방안을 개선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사명감과 능력이 겸비된 인적구성을 통해 필요최소한의 기소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청회는 다음달 15일 공수처법 본격 시행에 앞서 공수처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조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립준비단의 출범 준비와 공수처장 임명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이번 의견들이 잘 반영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