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입증 가능한 임상자료 확보가 '관건'
"치매 아닌 환자 약효 입증 쉽지 않을 것"
   
▲ 종근당 '글리아티린'과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 제품./사진=각사 홈페이지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알츠하이머, 노인우울증 등에 두루 처방되는 콜린알포 세레이트(이하 콜린제제)에 대한 급여 축소 개정고시 시행일이 추가 연장되면서 제약업계는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콜린알포 급여축소 개정 고시에 대한 효력정지를 이달 15일에서 29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는 대웅제약 등 39개사가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집행정지 1차 심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현재 콜린알포 급여축소 집행정지 소송은 이 외에 1건이 추가로 더 진행 중이다. 종근당 등 46개사가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별도로 신청한 심리는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으며 해당 심리 결과에 따라 집행정지 기간은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콜린제제의 새로운 급여 기준 내용을 담은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처방에만 콜린제제의 기존 급여(본인부담률 30%)가 유지되며, 이외에는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시 시행일은 이달 1일부터였으나 이번 소송전으로 시행일이 다소 연기되는 모양새다.

대웅제약 자회사인 대웅바이오와 종근당, 유한양행, 대원제약 등 일부 제약사에서 콜린제제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품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콜린제제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은 3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급여 축소 시 관련 시장 역시 쪼그라드는 것은 불가피 하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6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콜린제제는 정말 오랫동안 사용해온 의약품인데 이를 대체할 품목이 없다"며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면 노령층 환자에서 처방을 기피하는 현상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와 병원 입장에선 매출과 직결될뿐만 아니라 대체할 품목이 없기 때문에 개정 고시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약효 입증 가능한 임상 자료 확보 '관건'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콜린제제 개정고시 시행을 취소하는 방안으로 소송을 이어나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치매예방약으로써 콜린제제의 약효가 미미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단을 뒤엎을 임상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뇌 속에 콜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콜린제제가 뇌를 활성화 시키는 원료로 알려져있다"며 "이를 치매가 아닌 환자에게도 실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며 현재까지 나온 뚜렷한 데이터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판매해온 약품에 대한 임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수 천억을 들여서 임상시험을 다시 실시해야할뿐만 아니라 소송 비용도 많이 발생해 제약사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전문약 지휘를 주는 게 합당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확실한 효과가 입증이된다면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보험 혜택을 주는게 맞지만, 미비하다면 굳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낼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볼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전문약 지휘가 없다고 판단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활용하는 원료"라고 말했다. 

한편 콜린제제는 그간 의료 현장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이외에도 노인우울증, 노인행동변화 등에 두루 처방되어 왔다. 해당 약품의 적응증으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3개를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