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90% 이상 객실점유율, 코로나19로 지역 호텔 수혜...럭셔리에는 부족하지만, 가족단위 고객 공략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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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문호수에서 바라본 라한셀렉트경주/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저희는 힐튼경주보다 더 상위레벨 호텔을 지향하고 있어 평균 판매가가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경주 현대호텔 때보다 객실 가격을 높였습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시국인데도 주말에는 90% 이상의 객실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경상북도 경주 보문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만난 라한호텔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라한셀렉트경주는 라한호텔그룹이 구 경주 현대호텔을 인수해 브랜드와 객실 등을 전면 리뉴얼한 호텔이다. '라한셀렉트'는 라한호텔의 최상위 브랜드이다. 통상 호텔업에서 'select'는 '선택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의미로 비즈니스급 호텔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러나 라한호텔은 '고급의', '엄선된' 등의 의미로 'select'를 선택했다.
라한호텔그룹의 오너사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회사인 한앤컴퍼니이며, 2017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경주, 울산, 목포 등에 있는 호텔현대를 인수해 라한호텔로 변경했다.
'라한'이라는 뜻은 즐거움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韓)'을 조합해 만든 로컬호텔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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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 경주의 로비라운지./사진=미디어펜 |
로컬호텔 브랜드로 체인호텔과 경쟁...한앤컴퍼니 호텔업 의지 확인
라한호텔은 국내 로컬호텔 기업 중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을 다음으로 많은 호텔 및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메리어트와 제휴하고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약 1년여간 570억원을 투자해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지난 4월말 오픈했다. 그러나 라한셀렉트 경주의 오픈 시기와 맞물러 코로나19가 대구 경북 지역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오픈 홍보 자료도 내지 못한 불운의 호텔이었다.
그러나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라한셀렉트 경주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사실상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역 관광지 호텔을 보유한 라한호텔이 상대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보문호수 인근에 있는 힐튼경주와 가장 포지션이 유사한 호텔이다. 엄청난 회원수를 보유한 글로벌 체인호텔과 로컬호텔이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라한셀렉트 경주는 포지션을 '럭셔리'로 잡고 힐튼경주보다 높은 가격대로 경쟁하고 있다. 탁월한 위치와 다양한 부대시설 등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텔에서 책을 읽고 볼링을 치고 야외수영장까지 갖춘 라한셀렉트 경주에 코로나19 시국에도 고객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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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경주 디럭스 스위트 내부./사진=미디어펜 |
한국의 주거 공간에 맞춘 무난한 객실 디자인...보문호수 뷰는 모든 단점 상쇄
라한셀렉트 경주의 객실 타입은 힐사이드 디럭스-레이트사이드 디럭스-힐사이드 패밀리-디럭스 스위트-코너스위트-힐사이드 프리미엄 스위트-패밀리 스위트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날 투숙한 객실은 디럭스 스위트로 스위트룸 중 가장 낮은 룸이었다. 가격은 30~40만원대.
그러나 가장 낮은 단계의 스위트룸인데도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고 아주 큰 규모의 객실이었다. 베란다도 갖추고 있어 보문호수 뷰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다.
욕실과 화장실은 따로 떨어져 있었고, 화장실은 1개였다. 욕실에는 욕조와 샤워, 세면기 2개 등이 아주 큰 규모를 차지했다.
욕실 어메니티는 스페인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인 '네츄라비세'를 사용했다. 지금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도 네츄라비세를 어메니티로 도입했지만, 이 브랜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호텔은 라한셀렉트 경주이다. 곳곳에서 럭셔리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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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제공하는 네츄라비세 어메니티./사진=미디어펜 |
침구 브랜드는 미국의 아르고라는 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한다고 전해 들었다. 국내 호텔들은 시몬스나 에이스침대를 주로 사용하는데, 왜 이 침대 매트리스를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닥은 한국적인 주거 양식을 도입해, 카펫 대신 마루 문양을 선택했다.
미니바는 운영하지 않았고 객실당 생수는 2병, 탄산수 2병을 제공했다. 5성급 호텔에서 미니바를 운영하지 않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생수는 웅진식품이 판매하는 제품이다.
또한 라한셀렉트 경주는 스위트룸 투숙 고객 대상으로 '스위트 라운지'를 별도로 운영해 커피와 차, 다과 등을 제공한다.
객실의 전체적인 컨셉은 과한 럭셔리를 지향하기 보다 가족 고객을 위한 '무난한 객실'을 지향했다는 느낌이다. 값비싼 수입 가구를 도입하기보다 마치 '한샘 쇼룸'을 연상케 했다. 그럼에도 객실에서 바라보는 보문호수 뷰는 모든 객실 단점을 상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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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경주 객실에서 힐튼경주가 보인다./사진=미디어펜 |
키즈라운지, 볼링, 북카페, 야외 수영장, 다이닝 공간...경주의 라이프스타일 수준 업그레이드
라한셀렉트 경주는 드넓은 호텔 용지를 활용하기 위해 엄청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치 라이프스타일호텔을 지향하는 느낌이다. 힐튼부산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며 도입한 북카페 '경주산책'은 라한셀렉트 경주 부대시설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1만여권의 다양한 도서도 접하고 다채로운 디자인 소품도 구매할 수 있다는 메리트로 경주 시민 뿐 아니라 시외 지역에서도 고객들이 찾고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또 라한셀렉트 경주는 키즈라운지 '원더랜드', 볼링장 '더스트라이크', 어린이 쿠킹 클래스와 플라워 레슨 등을 할 수 있는 클래스 공간 '더랩', 포토 뮤지엄 경주나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공간을 임대가 아닌 직영 하고 있다는 점.
셀렉트 다이닝 '마켓338'도 이 호텔의 강점이다. 338은 라한셀렉트 경주의 주소지이다. 마켓 338은 외부 유명 셰프 및 레스토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서양식, 아시안 등 다양한 요리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입점한 브랜드는 이십사절기, 아이엠어버거, 청 등이다.
호텔 관계자는 "그간 경주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켓 338을 오픈했고, 입점 업체들도 서울 청담동, 한남동 등에서 시작해 미쉐린 가이드, 수요미식회 등에 소개된 유명 레스토랑 위주로 선정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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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경주의 야외수영장./사진=미디어펜 |
마켓338은 보문호수를 산책하러 나온 가족 단위 혹은 연인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단 호텔 부대시설 중 실내외 수영장은 성인 1인당 4만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있으며, 사우나도 성인 2만5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었다. 스위트룸 고객도 해당 시설은 유료이다. 경주 지역은 대부분이 실내외 수영장이 유료로 운영된다고 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사우나는 이번 리노베이션에서 제외돼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보였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독자 브랜드로 럭셔리호텔을 만들겠다는 오너사의 의지가 반영된 호텔로 여겨졌다. 이 호텔이 가진 위치와 건축미, 드넓은 부동산적 가치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라한셀렉트 경주에 '럭셔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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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경주의 경주산책./사진=미디어펜 |
독자 브랜드 키우는 의지는 높이 살 만... '럭셔리' 수식어 붙이기에는 부족함 많아
현대호텔 때 일하던 직원들을 그대로 고용 승계를 해서인지, 체크인과 기타 시설 등을 이용할 때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과 딱딱함도 느껴졌다. 서비스 매뉴얼도 촘촘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럭셔리호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들의 유니폼, 서비스 태도, 매뉴얼, 음악, 향기 등 많은 부분에서 라한셀렉트 경주는 기준 이하로 보였다.
일본의 경주라고 할 수 있는 교토에는 리츠칼튼, 파크하얏트, 포시즌스 등 럭셔리호텔의 격전장인 것과도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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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셀렉트경주의 마켓338 내부./사진=미디어펜 |
어쩌면 430개라는 많은 객실을 운영하며 럭셔리를 추구하는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 있다.
그런데도 보문호수를 바라보는 탁월한 위치, 가족과 연인 등을 겨냥한 다양한 부대시설을 직접 운영한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경주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프리미엄 다이닝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라한셀렉트 경주의 큰 장점이다.
[경주=미디어펜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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