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10명서 최종 2인 좁히는 규칙 정해야…'거부권 고집' 힘든 구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3일 대통령·국무총리·헌법기관장·장차관·판사·검사·고위경찰의 부패범죄 외에도 직권남용 등 공직전반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초대 수장이 누구냐를 놓고 첫 막이 올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차 심사 회의를 갖고 후보 요건을 비롯해 검증방식과 평가기준 등 최종 2인으로 좁히는 과정의 규칙부터 정하는데 착수했다.

관건은 공수처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독립성·정치적 중립성·형사사법 역량 등을 놓고 추천위원 7명 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판사냐 검사냐' 또는 '연령 경력 중시할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추천위원 별로 생각이 다르다.

더욱이 1차 심사를 갖는 오늘 하루만에 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검증을 마치고 2명의 최종 추천 후보로 좁혀야 한다는 여당과, 추가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야당 입장이 팽팽하게 부딪히고 있다.

   
▲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사진=연합뉴스
7명 추천위원 중 야당측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쥐고 있다지만, 역으로 어떤 후보든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최종 후보 2인에 선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측 추천위원이 반대만 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다.

특히 후보 추천위 외곽에서는 여당이 모법(母法) 개정안 카드를 들이밀며 하루속히 공수처장을 빨리 임명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누구라도 추천위원 2명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수처장 임명이 불가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차 심사 회의 결과를 지켜본 후 모법 개정안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의원들이 거부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미 논의했다. 의결 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낮춰 총 7인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한 것으로, 야당측 거부권을 완전히 무력화한 것이다. 개정 논의를 나눌 법사위 1소위는 이르면 16일 열린다.

다만 민주당은 2명의 최종 후보가 속히 가려질 수 있도록 여야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내 공수처 출범을 위해 이달 추천 절차가 끝나야 한다.

현재 추천위 심사대에 오른 후보는 총 10명이다. 추천위는 이를 2명으로 좁혀야 한다. 법조계는 야당측 추천위원들이 공식적으로 '철저한 검증'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의가 하루만에 끝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의 모든 인사와 사건 수사를 관장하는 공수처장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하루만에 최종 후보 2인으로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여야 추천 인사의 경우 이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 등 제 3의 기관이 추천한 인사가 최종 2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법조계 전망도 나온다.

국회 법사위 위원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추천위의 이날 1차 심사 결과에 대해 ▲2차 회의에서 최종 2인 결정, ▲후보자 추가 추천으로 최종 2인 결정 연기 등 두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날 "2차 회의에서 최종 2인 결정 쪽 의견이 더 강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날 1차 심사에서 야당측 추천위원 2명의 실제 입장과 발언을 본 뒤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종 후보 2명을 추리기까지 최우선 배제할 후보부터 쳐내는 방식으로 1차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천위가 이날 오후 늦게 첫 심사를 마치고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