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전시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자동차사이를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로봇 '스팟(Spot)'이 유유히 거닌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 알아서 앞에 있는 장애물을 인지하고 멈춰서가나 돌아간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진짜 대형견의 행동과도 유사한 모습이다. 앉았다 일어서거나 기지개를 펴는 듯한 행동도 모두 실재 개가 움직이는 듯 한 착각이 될 만한 모습들이다. 소리만 나지 않을 뿐 살아있는 생명체와 유사한 모습이다.
|
|
|
▲ 보스턴 다이나믹스 스팟이 제네시스 차량의 문을 피해 돌아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이미 두 발로 걷고 뛰는 로봇까지 개발이 완료된 만큼, 일상 생활 속에서 사람처럼 인지 능력을 갖춘 로봇을 곧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팟은 식당 등에서 볼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안내용 로봇과는 다른 차원의 로봇이다.
◇장애물 인지하고 회피…영락없는 개
현대차는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연세대학교와 협의해 스팟의 동작을 시연했다. 스팟은 4족 보행 로봇으로 현대차가 최근 인수하기로 한 세계 1위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들었다.
이날 공개된 스팟은 로봇이라기에는 너무 실제 개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기술력으로 완성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개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줄인 스팟과 함께 '리틀 도그(Little Dog)', '치타(Cheetah)' 등을 공개했다.
또 지난 2016년부터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다. 이어 지난해에는 물구나무서기와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한 로봇으로 진화하며 명실상부 로보틱스 분야의 1위 브랜드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은 세계에서 로봇을 가장 잘 사용하는 회사로, 사내 로보틱스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현대차 미국법인(HMMA)의 경우 시간당 생산량(UPH)이 73대에 이를 정도로 자동화율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UPH는 생산 라인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40여대 수준에 그친다.
이와 함께 고태봉 센터장은 "현대차 모든 공장에 로봇에 대한 유지보수(MRO)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의왕에는 로봇사업부가 있다"면서 "현대위아,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도 로봇에 일가견이 있어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보였다.
스팟은 지난 6월부터 상업용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대형 건설사에서 빅데이터 등 실증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스팟 판매 가격은 약 9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판매된 경우가 없고 산학협력의 렌탈방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연구가 진행중이다.
◇로봇 산업 급성장…산업 넘어 보건·안전 등 공익 역할도 기대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에 대해 자동차는 물론 미래 산업 전반에 걸쳐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
|
▲ 보스턴 다이나믹스 스팟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기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동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그리고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 신사업에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특히 로봇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전기차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전기차 기반의 목적 기반 이동 수단(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와 맞물려 여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거의 없다.
단적으로 자율주행차에 로봇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등 로봇 기술의 활용 범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제조 및 생산 부문에서도 사람이 해야할 일을 대신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로봇을 투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게다가 이 같은 관측에 불을 붙인 요인 중 하나가 코로나19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위한 로봇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한층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로봇 기술이 적용된 타 산업 제품인 자율주행차, 드론 등을 제외한 것으로 미래 신사업의 로봇 수요를 포함하면 로봇 시장 규모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완성차 업체로서는 로봇 기술을 통한 상업화에 훨씬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술 개발을 해놓고도 상업화에 실패한 보스톤 다이내믹스로선 뼈아픈 지적이기도 하다.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합의는 그룹 차원의 로봇 중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려는 각 기업과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제조, 물류 등의 역량에 시너지를 낼 경우 현대차그룹은 향후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그동안 로봇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
|
|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기업도 각종 로봇을 사업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서빙로봇을 선보이는가 하면, 한화디펜스는 폭발물탐지제거로봇을 통해 사람 대신 지뢰 등을 찾아낸다. 또 두산은 협력사에 생산을 돕는 협동로봇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로보월드'를 방문해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내년도 로봇 예산을 올해보다 32% 증액한 1944억원으로 편성하고 뿌리·섬유·식음료 3대 제조로봇과 돌봄·웨어러블·의료·물류 4대 서비스 로봇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