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들, 편향성 시비 다소 자유로운 원칙론자들
우려 딛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성 확보' 입증하는데 힘써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권의 역점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년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수장인 공수처장 후보군을 최종 2인으로 압축한 가운데, 법조계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정치적 편향성 시비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우려의 요지다. 다만 법조계는 이와 관련해 집권여당 민주당에서 긍정적인 발언이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로 김진욱·이건리 후보자를 선정한 것에 대해 "법은 고위공직자에게도 평등해야 한다"며 "그 당연한 이치를 공수처가 증명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후보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이후 공수처가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법조계는 정치적 편향성 시비와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공수처 검사 진용을 어떻게 꾸릴 것이냐는 인사 문제를 해결하고, 공수처 출발의 상징이 될 1호 수사 대상을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사진=(좌)대검찰청,(우)법무부 제공
공수처는 처장 및 차장, 처·차장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검사, 40명 이내 수사관으로 구성된다. 허리 역할이자 수사 일선을 담당할 검사 역할이 막중하다.

문제는 3차례 연임이 가능하고 임기 3년으로 최장 9년까지 직을 수행할 수 있는 공수처 검사의 경우, 변호사 자격을 7년 이상 보유하면 되고 수사 업무 경력 요건이 필요없어 친여·친문 성향의 변호사로 채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검사를 뽑는 인사위원회는 처장 및 차장, 처장이 위촉한 위원 1명, 여야 각 추천 2명씩 총 7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과반수로 검사 추천할 수 있어 처장과 여당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29일 본보 취재에 "천만 다행인 것은 최종 후보군 두 분 모두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평이 없고 원칙론자로 꼽힌다는 점"이라며 "앞으로가 문제다. 어떤 분이 공수처장에 들어가든 청와대와 민주당의 압박이 거셀텐데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공수처 독립을 위해 갖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금 공수처 검사 추천위원회는 청와대 입맛에 맞는 특정단체 출신 변호사들로 채우기 쉬운 구조"라며 "처장의 역할이 절대적인 이상, 누가 초대 공수처장에 되더라도 처장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인적 구성을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 역량을 기준으로 뽑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공수처 1호 수사대상은 누가 봐도 상징적인 출발이 될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수사에 들어갔지만 성과를 낼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경찰이 이용구 차관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고려 않고 단순 폭행으로 보면서 추가 조사 없이 종결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중앙지검이 밝히겠지만, 공수처 출범이 예상 외로 원활히 진행된다면 시간상 사건을 이첩받아 다룰 수 있다. 무엇보다 이낙연 대표가 언급했듯이 법은 고위공직자에게도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용구 차관 사례는) 특정범죄가중법 입법취지가 몰각되는 것으로, 현직 법무부 차관인 만큼 더욱 엄정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법조인 또한 이날 본지 취재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자는 주장은 이미 법원의 징계처분 집행정지 결정과 곧 진행될 본안소송으로 사실상 끝난 얘기"라며 "윤 총장 외에 공수처가 당장 다룰만한 사건으로는 이용구 차관의 음주 폭행 사건이 꼽힌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수처 또한 자신들의 존재 당위성을 몇년 남지 않은 정권 호위가 아니라 고위공직자 범죄를 척결해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현 정권이 세운 인사부터 수사에 들어가고 이후 불거지는 다른 인사들도 수사해야 순리"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공수처가 중국 공안처럼 정권의 손과 발이 될지, 국민 안녕과 고위공직자 청렴을 위해 뛸지는 공수처장과 이하 공수처 검사들에게 달렸다"며 "어떤 범죄든 인사 고하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엄정히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내년 공식 출범하는 즉시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 등 기존 검찰 권리에 더해 사건 이첩요구권까지 갖고 있다. 공수처 외 다른 기관이 고위공직자 혐의를 발견해도 해당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국회의장·국회의원을 비롯해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판사들, 검찰총장 등 검사들, 장성급 장교 이상 군인, 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의 3급 이상 공무원, 고위직 본인과 그 직계가족, 대통령의 경우 4촌 가족까지 해당된다.

72년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사권을 휘두를 공수처가 괴물이 될지, 한국 정치사회를 발전적으로 개혁할 전가의 보도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