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배달의 민족이 식당도 차린다고 하면 반발이 있을텐데, 독점적 지위에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을 두고 걱정이 없을 수 없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5일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열린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과 망중립성 훼손, 이대로 괜찮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최근 들어 민간 발전사업자가 많아지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등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우리는 2003년부터 송전망 분리가 중단되면서 발전경쟁에 제한이 걸렸고,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되는 등 시장을 정비할 필요가 생겼음에도 오히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전력시장은 발전과 판매가 분리되고, 전령망도 중립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면서 "망사업자가 발전사업을 하면 투자 우선순위에 차등이 생길 수 있고, 정보 격차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입찰 및 출력제한에 있어서 공정성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폭이 확대된 것도 이같은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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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서울 경복궁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열린 발전시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Q&A세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공급안정성 취약해졌고 수급불균형도 커지는 중으로, 2019년과 지난해 영국·미국(캘리포니아)에서 계통운영 미숙으로 인한 순환정전도 발생한 바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 미만일 때 △제주도 풍력발전 제어 △전라도 과전압 △주파수 급변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시스템을 잘 정비하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 위원은 "외국의 경우 에너지전환 등에 따라 전통 발전사업이 축소되고 신재생·배전망사업이 커지는 추세로, 송변전 사업도 별도의 사업자가 수행자는 등 망중립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부와 공기업이 사업모델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전과 전력구입계약(PPA)을 체결한 사업자들이 수급계약 가격으로 정산 받고 있고, 한전의 자회사들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한전까지 들어오겠다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공정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등 전력시장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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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중공업 해상풍력발전기·한화큐셀 태양광 패널/사진=각 사 |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도 "그간 한전이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했으나 경직적 산업·시장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사업을 벌이면서 실패한 사례들이 있었다"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위해 조직을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구성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하고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에 투자한 것이 밝혀지면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같은 회사에서 한솥밥 먹은 동료가 있는데 중립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만 참여한다는 한전의 방침도 사실상 신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에너지전환포럼·기후솔루션·풍력산업협회·민간발전협회·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전이 사업 역량과 경제성 및 주민수용성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으며,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학교태양광 사업을 벌였다가 발전공기업의 진출로 쓴맛을 봤던 사례 등이 공유됐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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