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vs검찰' 갈등 재연…대검 부장회의 논의 과정 투명해야 주장 제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근 불기소 처분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재심의 심판대에 올랐다. 이르면 18일 대검찰청 부장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모해위증죄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이번 사건은 오는 22일 시효 만료된다. 기소 여부를 판단할 대검 부장회의에게는 18일부터 단 5일간의 일정이 주어진 셈이다.

박범계 장관이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있었다"며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열리는 대검 부장회의는 밀실 속 다수결로 결론을 낼 수 있어 회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기소 결정이 내려지면 한명숙 사건 당시 수사팀에 대한 수사가 펼쳐질 전망이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특수부 검사의 교사 혐의까지 확대되면 문재인정권의 검찰개혁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

   
▲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18일 공정성 담보를 위해 부장회의에 일선 고검장들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대검 부장회의 밀실 논의에 사실상 브레이크를 건 격이다.

조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수사자문단을 검토했으나 대검 감찰부에서 반대하여 대검연구관 6인 회의를 통하여 최종 의사결정 하였고 임은정 연구관에게도 의견 표명 기회를 주었으나 스스로 참석을 거부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 등 조사 및 기록검토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하겠다"며 "다만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여(지침 제5조 제2항)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의견을 청취하라'며 지명한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이에 검찰 내부 일각에서는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기가 차다는 평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차라리 이럴 거면 기소하라고 수사 지휘를 하라"며 "재판단을 촉구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다지만 해도 너무 했다. 사실상 검찰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수사 지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끝난 사건이지만 한명숙 전 총리가 억울한 죄를 뒤집어썼다며 명예회복을 별르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라며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위증교사는 없었다고 항변한 바 있지만 이렇게 찍어내기 낙인을 찍어도 되는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5일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게 대검의 최종 판단"이라며 "박 장관이 직접 6000페이지에 이르는 감찰기록을 상세히 검토했다고 하니 어디 한번 잘 찾아보시라"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불투명하게 진행될 대검 부장회의 논의 결과는 조 직무대행에게 보고된다. 이종근 형사부장 및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등 친문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기소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출석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론을 도출하겠지만 일선 고검장들까지 참여할 경우 결과는 예측 불허다. 최종적으로 조 대행이 회의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일선 고검장들까지 참여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법리를 무시한 다수결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경륜을 갖춘 대검 부장회의가 가장 의미있는 협의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부장회의가 지금까지대로 밀실에서 사건 기소 여부를 논의할지 주목된다. 논의 과정에서 각자가 내세우는 법리와 증거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이 내부망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