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지난해 한 달 보건증 제출 의무 및 과태료 처분 유예
서초구·남양주시·고성군 등, 보건증 수수료 부담 덜어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소의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 발급이 잠정 중단되자 일부 보건 비영리법인은 오히려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인상시켰다. 민간병원 수수료는 많게는 기존 보건소보다 15배 비싸다. '보건증 수수료 논란'의 피해는 생계를 위해 의무적으로 보건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식품업계 및 어린이집 종사자와 외식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미디어펜은 보건증을 둘러싼 병원과 비영리법인들의 폭리 실태와 당국의 안이한 대처, 대안 등을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시급이 만원도 안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기본 2만~3만원에서 5~6만원까지 내고 보건증이 발급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구인난에 민간병원의 수수료 폭리까지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으니 하루 빨리 보건증 발급 비용을 동결시켜 주길 바란다"(지난해 12월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청원글)

정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병원 및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수수료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정부 관계부처는 "민간 의료시설의 보건증 수수료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방안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 지난해 12월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보건증 발급비용을 안정화 시켜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사진=청와대국민청원

10일 업계에 따르면 몇몇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증 수수료로 이중고를 겪는 소비자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의료기관의 보건증 수수료를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2월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영업자 및 종업원에 대해 건강진단 실시 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보건증 제출 의무를 유예했다. 2월부터 5월 사이에 보건증 만료되더라도 유효 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과태료 처분도 내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한 달의 유예기간 동안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민간병원 및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직접적으로 규제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서는 민간병원과 보건비영리법인의 보건증 수수료는 비급여 진료 항목이라 해당 병원과 협회의 재량으로 책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간의 보건증 수수료과 과하다는 민원이 많지만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비급여인 민간병원 및 보건비영리법인의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해두거나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관련법 상 존재하지 않아 손을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나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간병원이나 보건비영리법인의 고액 보건증 수수료로 고충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서울 시내 한 보건소 전경./사진=미디어펜


경기 남양주시는 민간병원에서 보건증을 발급받더라도 보건증과 동일한 3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민간과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민간 의료시설에서 채취한 검체를 보건소에서 검사하고 발급 수수료는 보건소와 맞추는 방식이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해당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해 7월까지 발급된 보건증 7000여건에 대한 1억2000만원 상당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었다. 남양주 보건소는 지난달 10월 보건증 발급 업무를 재개했다. 

서울 서초구 역시 지난해부터 민간병원이나 보건비영리법인의 고액 보건증 수수료로 부담이 늘어난 구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구 주민 또는 관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영업주나 그 종사자들이 민간병원에서 보건증을 발급받고 보건소에 지원 신청을 하면 차액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서초구와 구의회는 ‘서울특별시 서초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통해 전국 최초로 보건소에서 보건증 발급이 중단됐을 경우 민간 의료기관의 보건증 발급 수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수료 차액 지원을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민간병원에서 보건증을 발급한 후 보건증 사본, 수수료 영수증, 신분증, 통장사본 등 서류를 보건소 민원실에 직접 방문 제출하거나 문자메세지로 사진 전송해 제출하면 된다. 서초구 보건소의 보건증 수수료 지원은 1만7000원까지 가능하며 서초구는 보건소 보건증 발급 정상화까지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강원 고성군은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기 위해 한시적으로 식품위생 분야 종사자의 보건증 수수료를 감면하기로 했다. 

고성군은 지난해 1월말부터 진료업무를 잠정 중단한 고성군 보건소를 대신해 보건증 발급 업무를 수행 중인 고성읍보건지소를 통해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고가의 보건증 수수료와 함께 지역 소상공인의 경제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한 대처다.

일부 지자체에서 보건증 발급 수수료를 지원해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대다수의 지자체에서는 아무런 지원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보건증 수수료를 지원해주는 지자체 사이에서도 지원 액수와 기간이 제각각이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의 대책 강구가 요구되고 있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20대 A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 의료기관의 보건증 수수료가 더 오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하루 빨리 보건증 수수료가 안정화 될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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