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울산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이틀 뒤 사망해 방역당국이 백신과의 인과관계 파악에 나섰다.
50대 의사 A 씨는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세가 없었지만 이틀 만인 지난 1일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A 씨는 고혈압 약을 복용한 것 외에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는 극히 일부 중 하나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26세 B 씨는 지난 2월 건강검진을 받아 기저질환 없는 것을 확인한 후 3월 AZ 백신을 맞았지만 구토·오한·발열에 이어 사지가 마비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 C 씨(50대)는 AZ 백신을 맞은 후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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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3월 9일 코로나 중앙예방접종센터는 백신의 원활한 접종을 위해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을 확인·점검하기 위한 합동 모의훈련을 가졌다. 사진은 모의훈련 모습이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
20대 의료기관 종사자 D 씨 또한 AZ 백신을 맞고 사지마비가 와서 재활치료에 들어갔으나 매달 들어가는 치료비를 정부가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대 간호조무사 E 씨도 AZ 접종 후 사지마비 등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는 치료비 및 간병비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놓고 국민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바로 백신 공급 물량에 대한 정부의 거짓말 논란, 감염증 예방에 효과가 없을 뿐더러 기저질환에 대한 부작용을 유발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안전성 논란, 마지막으로 백신 부작용 보상에 대한 논란이다.
국민들 관심은 백신을 맞고서 중증 이상반응 등 부작용이 일어날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여부다.
정부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사지마비 등 접종 후 중증이상반응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해 매달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재활비를 개인이 전부 감당해야 한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확인한 '코로나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 1000명 중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943명 중 '접종받을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19.6%로 지난 한 달 사이 6.7%p 늘었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84.1%-중복응답)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효과에 대한 불신'(66.8%)과 '선택권 없음'(44.8%)이었다. 조사 방식은 웹 조사와 모바일 조사를 병행했고, 신뢰수준은 95%이다. 오차범위는 ±3.1%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과 정반대인 정부 입장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나, 방역당국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중증이상반응을 보였지만 정부가 백신 부작용의 인과성을 인정해 보상을 진행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사망 및 중증 등 총 124건 중 1.6% 수준이다.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코로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이 심의한 사망사례 67건 중 65건의 경우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머지 2건은 판정 보류 상태다.
또한 중증 의심사례 57건 중 53건은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2건은 판정을 보류했으며 나머지 2건에 대해서만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접 일선 병원을 운영하는 이 모 원장은 6일 본보 취재에 "정작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사고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보상하겠다는 당초 말과 달리 무책임하게 인과성 운운하며 금전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작용 실사례가 속출하는데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과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인데 궁색한 변명"이라며 "해외 사례가 있어도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정부 입장이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선후관계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 보상을 한다는건 쉽지 않다"고 말해, 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법조계는 인과성 입증 여부를 떠나 백신 접종후 특정 기간 내에 발생하는 중증 이상증세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사고 다수를 다뤄온 한 모 변호사(46)는 본보 취재에 "이번 사례를 살펴보면 백신 접종을 맞게 된 후의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는 점이 확인된다"며 "대통령이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운운했지만 말 그대로 립서비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알려진 사례 중에는 의료인이 병원 측의 구상권 청구 압박에 백신을 맞았다가 중증 이상증세를 보인 것도 있다"며 "결국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행하면서 이러한 여건을 조성한 것인데,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공언까지 한 이상 정부가 전향적으로 선제적으로 금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 순으로만 보면 명백하다. 백신을 맞은 후 아프면 치료해주고 그 비용을 정부가 대야 하는게 당연한 것인데 그 책임을 실무자들이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며 "백신 안전성을 보장한다는게 누구였냐, 이제 세상에 나온지 1년 갓 넘은 바이러스이고 치료제도 나온게 없는데 정확한 인과성을 누가 규명하고 입증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일부 사례이지만 기저질환 없이 멀쩡했던 사람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하거나 중증 이상증세를 보였다면 그것 만으로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이럴 때만 의학적인 근거, 과학적인 입증 운운하는 무책임함이 아쉽다"고 호소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편차가 크다. 의료진 일부는 AZ 백신에 대해 잘 참아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민 일각에서는 화이자 백신 조차도 불안해 맞지 못하겠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향후 정부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꿀지 주목된다. 현 의학 수준으로 제대로 된 치료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코로나에 대해, 백신 부작용의 인과성을 입증해야 보상해준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