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파워트레인 K8, 대형차급 편의 장비 대거 장착
연식변경 그랜저, 상품성 높이고 가격인상 최소화 '가성비'UP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각기 다른 공략법으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사명과 함께 새출발을 알린 기아의 첫차 K8은 준대형 세단의 고급화를 선언하며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현대차 그랜저는 연식변경 모델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고 기존 고객층에게 새롭게 어필하고 나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우아하고 세련된 감성의 스페셜 트림 '르블랑(Le Blanc)'을 추가하고 안전 및 편의 사양을 확대 적용한 '2021 그랜저'를 출시했다. 2021 그랜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에 신규 인테리어 컬러와 고객 선호 사양이 적용된 스페셜 트림 '르블랑'을 새롭게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 현대자동차 2021년형 그랜저. /사진=현대차 제공


특히 기존 트림에서 운영하던 일부 선택사양을 기본화하고 상품성을 강화했음에도 가격 인상을 최소 9만원에서 최대 25만원으로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기존의 폭넓은 고객층을 자랑하던 그랜저가 새로운 트림을 추가하고 가성비를 높여 좀더 특별한 모습으로 시장 재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랜저의 변신은 주력 경쟁모델인 기아 K8을 의식한 모습이다. 

기아 K8은 등장과 함께 놀라운 인기를 보이며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의 수요가 몰리는 기염을 쏟아냈다. 초반 사전계약인 영업일 기준 12일 동안 총 2만4000여대가 판매됐다. 연간 내수 판매목표(8만대)의 30% 수준을 채운 것이다. 

그랜저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K8은 파워트레인부터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랜저의 경우 연식변경 모델 역시 기존 가솔린 2.5와 3.3모델, 2.4 하이브리드모델, 3.0 LPG모델로 출시된다. 반면 K8은 가솔린 2.5와 3.5를 비롯해 3.5 LPG 모델로 제품군을 꾸렸다. 친환경 라인업인 하이브리드는 1.6터보엔진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엔진라인업에서부터 차별화를 둔 두차량은 준대형세단시장에서 식상함을 느꼈던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가솔린 엔트리 라인업을 제외하고 약간의 차이를 두며 타겟고객층의 차별화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8은 합리적인 가격에도 풍부한 선택가능 옵션들을 통해 나만의 차량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준대형 세단 최초로 4륜구동옵션도 선택할 수 있도록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8은 현대차 그랜저는 물론, 동급 수입차와 경쟁한다. 이른바 '어퍼 미들 클래스'로 불리는 준대형 세단 시장은 분류상 중형차다. 이를 세분화하면 가장 윗급이 K8이고 그 밑에 그랜저가 존재하게 된 셈이다.

국산차는 K8을 비롯해 현대차 그랜저, 수입차는 가격을 따졌을 때 △폭스바겐 파사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이 경쟁상대로 꼽힌다.

이들이 속한 중형 및 준대형차 시장은 점진적으로 차 크기와 안전·편의 장비를 확대하고 있다. 차 크기와 공간이 넉넉한 SUV가 인기를 끌면서 공간을 중요시하는 세단고객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기아의 새 로고와 함께 시작을 알리는 모델 준대형세단 K8. /사진=미디어펜


다만 현대차와 기아는 준대형 세단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이들의 윗급, 즉 '엔트리급 대형차'를 개발하는 대신 이들 준대형차의 고객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랜저의 경우 현대차(제네시스 제외)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내수판매 1위 자리를 고수 중인 인기 모델이다.

글로벌 차 시장에서 플래그십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그랜저 윗급에 자리매김할 고급 세단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반면 내수 차 시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랜저 윗급으로 등장했다가 판매 부진으로 서둘러 단종한 현대차 아슬란이 대표적이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는 윗급 새 모델 대신 트림 다양화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랜저나 K7의 윗급 고급차 대신, 더 커지고 고급스러운 새 그랜저 또는 K8을 내놓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객 층을 세분화해 서로의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고급화를 선언한 K8과 기본사양을 높였음에도 가격인상 폭을 최소화한 그랜저는 각자의 다른 매력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랜저와 K8 등 E세그먼트(준대형차) 시장이 더 다양해질 것이다"며 "그랜저나 K8 윗급의 새 모델 대신,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존 모델을 중심으로 트림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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