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 스리랑카와 경기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김신욱이 2골을 넣고 이동경, 황희찬, 정상빈이 골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로써 한국은 4승 1무, 승점 13점(골득실 +20)으로 조 1위를 거의 확정했다. 이날 앞서 열린 경기에서 레바논이 투르크메니트스탄에 2-3으로 져 승점 10점(3승 1무 1패, 골득실 +4)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한국과 레바논은 오는 13일 최종전에서 만나는데 한국이 조 2위로 내려가는 것은 레바논에 16골 차 이상으로 지는 것뿐이다. 현실적으로 확률이 없다. 한국의 조 1위 최종예선 진출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레바논은 조 2위 8개팀 가운데 4팀에게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권을 노려야 한다.

한국과 스리랑카의 기량 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의 대승이 예상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5일 투르크메니스탄전(한국 5-0 승리) 선발 가운데 남태희를 제외한 10명을 다른 선수로 내세우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공격진은 김신욱-송민규-황희찬, 중원에는 손준호-남태희-이동경, 수비진에는 이기제-박지수-원두재-김태환이 배치됐고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경기는 예상대로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진행됐다. 스리랑카는 자기 진영으로 대부분 내려와 밀집수비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초반 몇 차례 찬스를 놓치던 한국은 전반 15분 첫 골을 터뜨렸다. 손준호가 중원에서 문전으로 길게 올려준 볼을 남태희가 헤딩으로 떨궈주자 달려들던 김신욱이 쓰러지며 오른발로 차 넣었다.

선제골을 넣은 김신욱은 기쁨의 표현 대신 동료들과 미리 준비한 '故 유상철 유니폼 세리머니'를 펼쳐 이틀 전 세상을 떠난 2002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추모했다.

전반 22분에는 이동경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송민규가 왼쪽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이동경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디. 

전반 42분에는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에서 김신욱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3-0을 만들었다. 2019년 10월 스리랑카전에서 혼자 4골을 넣었던 김신욱은 이번에도 멀티골을 넣으며 위력을 입증했다.

전반을 3골 차로 앞서자 벤투 감독은 후반전 들며 남태희, 박지수를 빼고 권창훈과 김민재를 교체 투입했다.

한국의 네 번째 골은 후반 8분 터져나왔다. 스리랑카 진영 우측에서 이기제가 올린 크로스가 수비 머리 맞고 반대편으로 흘렀다. 이 볼을 잡은 황희찬이 강력하고도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스리랑카 골네트를 출렁였다.

가뜩이나 변변한 공격도 못하고 있던 스리랑카는 후반 12분 수비수 아시쿠르 알라와딘이 고의적인 핸드볼 파울을 범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해 10명만 그라운드에 남았다.

4골 차 여유에 수적 우세까지 확보하자 벤투 감독은 후반 26분 신예 정상빈과 강상우를 교체 투입해 A매치 데뷔 출전 기회를 줬다.

19세 정상빈이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한국의 대승을 마무리했다. 후반 32분 이동경이 왼발로 때린 중거리슛이 스리랑카 골문 안으로 향했다. 이동경의 골처럼 보였지만 문전에 있던 정상빈이 발을 갖다대 살짝 방향을 바꾼, 정상빈의 골이었다.

후반 35분에는 수비수 김영빈까지 교체로 A매치 데뷔 출전했다. 손흥민, 황의조 등 핵심 선수들은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계속 골을 노렸지만 뒤지고 있는 스리랑카 선수들이 툭하면 쓰러지며 시간을 끌어 한국의 공격 흐름이 끊겼다. 한국의 골 결정력도 다소 떨어져 결국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고 5골 차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