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4)에게는 우울한 경기였지만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는 짜릿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10피안타 1볼넷 1탈삼진 7실점으로 부진한 피칭을 했다. 시즌 최소 투구이닝, 최다 피안타 및 실점 등에서 각각 타이 기록에 해당하는 최악의 피칭이었다.

류현진은 2-4로 뒤진 가운데 4회초 2사 만루에서 교체됐는데 구원 등판한 패트릭 머피가 연속안타를 맞고 류현진이 남겨둔 주자 3명을 모두 홈인시켰다. 이로 인해 류현진이 책임져야 할 점수가 7점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이후 토론토 타선이 대분발해 8-7로 역전승을 거뒀다는 것. 토론토 선수들을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누렸고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이날 부진한 피칭을 했던 이유에 대해 "지난 경기보다 제구가 안되고 구속도 덜 나온 것 같다. 실투를 보스턴 타자들이 놓치지 않고 연결한 게 많은 안타가 된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이어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전부 다"라고 대답했다. 류현진은 "한 구종에 치우쳐 맞은 게 아니라 내가 던지는 구종을 고루 맞았다"며 모든 구종을 난타당한 데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류현진이 패전을 면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타자가 8회말 역전 스리런홈런을 날려준 조지 스프링어였다. 류현진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져서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대역전승을 해줘 너무 고맙다"고 자신의 부진에도 역전승을 이끌어낸 타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사진=토론투 구단 화상인터뷰 캡처


한편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대역전 승리에 무척 고무된 듯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역전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힘든 경기였지만 이겼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홈구장 로저스센터에서 홈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면서 홈팬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는 것에 고마움을 나타낸 몬토요 감독은 "이곳은 우리의 홈이다. 홈팬들에게서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 류현진의 부진한 피칭에 대해서는 "불펜 투수층이 얇아진 것을 감안해 조금 더 던져주기를 원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오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승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 팀 에이스다. 에이스도 나쁜 경기를 할 때가 있고 그게 오늘이었다"며 "류현진은 그동안 여러 차례 팀을 구했다. 오늘은 팀이 그를 구했다"는 말로 류현진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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