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외야수 송우현(25)을 방출했다.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단이 보고를 받은 지 이틀만에, 일반적인 징계 수위를 넘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신속하게 내렸다.

키움 구단은 11일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외야수 송우현에 대해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송우현은 지난 8일 오후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송우현은 대리운전을 불렀으며(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운전대를 잡은 기억은 없다(이는 경찰 조사 중이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물론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시즌 휴식기라고는 하지만 후반기 시작을 이틀 앞둔 시점에 선수가 만취가 되도록 음주를 한 점, 더군다나 최근 프로야구계가 '호텔 술판' 파문으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까지 겪은 와중에 음주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송우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스스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면 그 자체로 중징계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키움 구단의 송우현 방출은 이전 음주운전 선수들의 타구단 조치와 비교해도 전격적이고 이례적이다. 최근 사례로 볼 때 음주운전의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장기간 출장정지 징계 또는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가 일정 기간 자숙을 거쳐 복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번에 송우현은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출부터 됐다. 웨이버 공시됐다지만 다른 구단에서 그를 데려갈 리가 없으니 선수 생활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송진우 독립야구단 감독의 아들로 스타 2세 선수의 한 명인 송우현은 2015년 입단했으나 그동안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다 올해 처음 1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유망주로 드디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그가 음주운전으로 팀에서 방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송우현에게 신속하고 단호한 방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키움 고형욱 단장은 스타뉴스를 통해 "여러가지로 구단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여러차례 주의를 줬음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선수 개개인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 모두가 음주에 대해 경각심이 낮아진 것 같다. 구단 구성원 모두에게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줘야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 마디로 송우현은 '일벌백계'에 처해졌다. 역대급 위기에 처해 있는 현재 프로야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군다나 음주운전 자체는 그 어떤 사안보다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다만, '시후약방문'은 아닌지 곱씹어보게 된다. 

키움의 경우 최근 한현희와 안우진이 시즌 도중 원정 숙소를 이탈해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호텔 술자리를 가진 일로 곤혹을 치렀다. 둘은 KBO의 징계에 키움 구단의 자체징계까지 더해졌지만, 많은 팬들이 구단의 징계(한현희 15경기 출장정지+벌금 1000만원, 안우진 출장정지 없이 벌금 500만원)를 '솜방망이'라며 성토했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먼저 '일벌백계'를 했다면 그나마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 사전예방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안우진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기 전 고교시절 학교폭력에 연루돼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신인이던 2018년 5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데뷔가 늦춰졌던 안우진인데 사안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다는 여론이 있었다. 당시 안우진에게 좀더 강력한 징계를 내려 경각심을 일깨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근 악재가 끊이지 않자 각 팀 코칭스태프는 지도자로서, 야구선배로서 반성과 사과를 많이 하고 있다. 은퇴선수 모임인 일구회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현재의 위기를 부른 데 대해 선배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했다. 성적 지상주의가 판치고, 프로선수로서의 기본 소양보다는 실력이 조금 낫다는 이유로 높은 연봉과 인기로 대접받는 세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아무리 반성하고 사과해도, 결국 의식의 문제다. 실력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 프로 세계다. 대접을 받고 누리는 것이 많을수록,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처벌과 징계가 따라야 한다. 

송우현의 방출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일벌백계'가 되려면 한 번의 잘못으로도 평생 일궈온 것이 한순간 다 날아간다는 인식을 강력하게 심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면 앞으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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