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운항 편수 증대로 B777 등 대형기 조종사 부족
외항사들, 재고용 등 대규모 인력 확충 나서
입맛 다시는 LCC, 무급 휴직 등 각종 자구안 마련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수십명대 규모의 조종사 신규 채용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 보잉 787-9 앞에서 걸어나오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지난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다음달 27일까지 2022년도 군 경력·민간 경력 신입 조종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게재했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라는 설명이다. 채용 조건에 따르면 기량 심사·신체검사·면접 등을 거쳐 내년 순차적으로 입사하게 되고, 지원 자격은 고정익 비행시간 1000시간이 넘는 자에 한정한다. 군 경력 지원자는 반드시 내년 전역 예정이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의 초장기화로 글로벌 항공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 같은 판국에 오히려 조종사 채용을 진행하고자 하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물러간 이후 폭증할 운항 소요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숙련 조종사 양성까지 기종별로 다르나 1~4년 가량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2023년 이후 조종간을 잡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입사 희망자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현재 대한항공은 경영난을 겪고 있어 각종 자산 매각 등 전방위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연봉 수준이 타 직군 대비 높은 조종사를 대거 채용한다는 사실은 경영진이 항공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비행 수당·상여금·야근 수당·퍼듐(해외 체류비) 등을 포함해 대한항공 초임 기장 연봉은 9900만원이고 평균 1억2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20명을 채용한다고 가정해도 20억원을 전후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채용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는 막대한 비용이 뒤따르는 만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재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곧 조 회장이 업황 회복 기대감에 풀베팅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대형기 조종사가 모자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화물 운항 편수 증대로 B777 등 대형 화물기 조종사들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려온다. 결국 없던 일이 되기는 했으나 최근에는 자매 회사 진에어로부터 파견 형식으로 B777 기종 조종사를 확충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한항공은 기종 전환 교육을 실시해 대형기 조종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대형 여객기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다만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어 신규 채용 과정 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에는 신규 채용이나 해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가 최종 합격자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채용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되 당국과 협의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실제 입사일은 언제가 될지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때문에 입사 일자가 연기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에 대한항공은 관계 당국과 협의를 거쳐 신입 조종사 입사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다.

외국 항공사들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고용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캐나다는 일시 해고했던 직원 2600여명을 재고용했고 미국 델타항공은 내년 여름까지 조종사 1000여명을, 아메리칸항공은 올해와 내년을 포함해 1350명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최대 LCC 라이언에어도 향후 3년간 2000명의 항공기 조종사를 추가 고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 세워진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항공업계에 줄줄이 채용의 장이 섰지만 있는 사람도 줄이는 판국에 국내 LCC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들은 해고를 제외한 온갖 방안을 다 짜내고 있기도 하다.

에어부산은 11월 중순부터 2개월 간 무급 휴직에 돌입한다고 밝혔고,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전 직군 순환 휴직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 3월 LCC 업계에 2000억원을 집행하겠다던 금융위원회는 수수방관하고 있어 고통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LCC는 자산이 없어 자구안을 마련할 수도 없다"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가 현장 분위기를 읽어 지원을 서둘러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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