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석유제품 수출량이 6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하는 등 업황 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강해지고 있다.
2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은 1억1182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더해지면서 수출액도 90억2600만달러로, 같은 기간 69.6% 늘어났다.
석유제품 수출이 90억달러를 상회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8분기만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3분기 국가 주요수출품목 중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출채산성도 향상됐다. 이는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도입단가를 뺀 값으로, 지난해 3분기 배럴당 5.2달러에서 1년 만에 7.1달러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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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
국가별로 보면 싱가포르(14.3%)·미국(13.0%)·호주(9.6%) 등 위드코로나 전환 정책을 시행 중인 곳들의 비중이 높았으며, 2016년 이후 1위를 유지하던 중국(13.0%)이 3위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경순환유(LCO) 수입소비세를 부과하면서 중국향 수출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싱가폴 등으로 회복수요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제품별로는 경유가 40%로 가장 많았으며, 휘발유(23%)·항공유(17%)·나프타(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휘발유는 글로벌 이동량 반등에 힘입어 수출량이 53% 급증했고, 수요도 2019년의 95%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젤은 2019년을 넘어섰고, 항공유도 수출량이 3.2% 많아지는 등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정부가 다음달부터 백신 접종 완료 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을 세운 것을 비롯해 여행수요가 늘어날 경우 항공유 수요도 진작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 4분기 석유수요를 전분기 대비 150만배럴 확대된 일일 9982만배럴로 전망하는 등 향후 업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보다 높은 1억76만배럴로 예상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망치를 9960만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10월 셋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7.9달러까지 올라서는 등 9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손익분기점(BEP)도 돌파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운영비·수송비 등을 제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업체들의 BEP는 4달러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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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 분기별 수출액 현황/자료=대한석유협회 |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으로 형성됐음에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은 2015년 이후 셰일업체들이 재무구조 개선 및 탄소감축 압박 등의 이유로 업스트림부문 투자를 축소한 탓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가격이 인상된 것을 활용,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급을 '적정선'으로 맞추면 제품을 많이 팔아도 마진이 낮아져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가 원유 재고량 확대로 인한 '시장붕괴'를 이유로 증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OPEC+도 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겨울철 난방유 및 발전용 수요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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