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9·토트넘)이 모처럼 관중석을 꽉 메운 홈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경기장에 가지 못하고 중계방송을 지켜본 팬들도 흠뻑 매료시켰다. 국가대표 공격수로, 캡틴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딱 하나, 골만 빼고.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UAE(아랍에미리트)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35분 황인범이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에서 황희찬이 결승골을 넣어 거둔 승리였다.

이기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은 경기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국내 A매치에 관중 100% 입장이 허용돼 관중석이 꽉 들어찬 가운데 열린 경기였다. 대표팀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으나 페널티킥 골 외에 시원한 필드골은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이 날린 슈팅수 22개(UAE 4개)에 비해 1골은 너무 적었다.

그래도 경기 내용은 상당히 좋았다. 대표선수들은 저마다 제 위치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 사진=더팩트 제공


그 중에서도 손흥민은 '역시' 소리가 절로 나오게 돋보였다. 전반 44분께 손흥민이 중앙선 아래서부터 볼을 잡아 단독 질주해 들어가며 수비수 3명을 따돌리고 예리한 슛을 때리는 장면은 그림 같았다. 볼이 골대를 맞지 않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면,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나온 역대급 골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 장면 외에도 손흥민은 숱한 찬스를 만들고 슛을 날렸다. 후반에 또 한 번 절묘한 헤딩슛이 골대를 맞자 손흥민은 손으로 그라운드를 내리치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골 욕심을 내는 모습이었다.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 황의조(보르도)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해 이날 UAE전에는 조규성(김천상무)이 최전방 공격을 맡았다. 조규성도 한 차례 골대를 강타하는 슛을 때리는 등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표팀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이다 보니 손흥민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손흥민은 공격 조율도 하면서 틈만 나면 슛을 때려 직접 해결하려는 의욕도 보였다. 영국에서 지난 주말 소속팀 경기를 치르고 장거리 비행기 이동을 한 손흥민은 대표팀 합류 48시간도 안돼 출전했다. 그리고 풀타임을 뛰었다. 시차 적응도 안되고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도 수비 가담까지 하며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UAE 골키퍼 알리 카세이프에게 다가가 얘기를 나눴다. 경기 중 본의 아니게 카세이프 골키퍼에게 아픔(?)을 준 데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해서였다. 전반 막판 손흥민이 문전 슈팅 찬스에게 강하게 슛한 볼이 카세이프 골키퍼 안면을 강타했다. 카세이프는 한동안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치열한 승부가 끝난 후 손흥민은 경기도 패하고, 몸도 아픈 상대팀 선수를 찾아가 따뜻한 격려를 해줬다. 매너로 또 한 번 감동을 안긴 손흥민이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추운 날씨에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조금 더 시원한 승리로 보답해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추운 날씨 늦게까지 계셨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조심히 들어가셨으면 좋겠다"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장을 돌며 환호해주는 관중들에게 한참 동안 인사를 건네며 끝까지 팬 서비스를 했다. 

손흥민은 이날 골대를 두 번이나 맞히는 등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골을 넣지 못했다. 못 보여준 것은 딱 하나, 골뿐이었다. 골은 못 넣었지만 모처럼 많은 홈 관중 앞에서 '월드클래스'의 진수를 보여준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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