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수급 힘입어 정제마진 견조…올해 예상 수요 일일 1만배럴·전년비 3.8% 가량 증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코로나19로 '고난의 행군'을 걷던 정유업계가 글로벌 석유 업황 회복의 수혜를 입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국제에너지기구(IEA)·미국 에너지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를 일일 1만배럴 규모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70만배럴(3.8%) 늘어난 것으로, 2019년을 넘는 수치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정제마진도 국제유가 강세 국면에서 꾸준히 손익분기점(BEP)을 웃돌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지난해 12월 첫째주부터 배럴당 5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등 BEP를 1달러 가량 상회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공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는 가운데 일명 '코시국' 동안 침체된 산업활동과 인프라투자 정상화 등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중국 석유제품 수출량 축소 및 아랍에미리트(UAE) 원유시설에 대한 예멘 반군의 피습 등으로 공급이 수요 반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는 아시아 지역 내 코로나19 제한조치 완화로 산업·수송을 비롯한 분야에서 수요가 회복되면서 역내 정제마진이 향상됐고,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휘발유·중간유분 수요가 2019년 1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고부가 제품인 항공유도 90% 이상으로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휘발유·디젤 수요가 2019년 1월을 상회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에서는 석유사업이 지난해 매출 29조5971억원·영업이익 1조1616억원을 시현했다. 등·경유를 비롯한 제품 마진이 높아지는 등 제품값이 유가 상승분을 흡수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수익성이 창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을 얻었을 뿐더러 핵심 설비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무재해 안전 운전 등 호재가 겹치면서 정유부문에서만 1조277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정유업계 수출채산성/자료=대한석유협회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도 332억3534만달러(약 40조1800억원)로, 전년 대비 54.6% 늘어나는 등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도입단가를 제외한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9.1달러로, 전년(3.7달러) 대비 2배 이상 개선됐다.

대한석유협회(KPA)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원유 수입액(621억3763만달러)의 53.5%에 달하는 것으로, 석유제품이 국내 수출품목 5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다만, 수출량은 4.4%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는 수출량이 33% 급증했으며, 수출단가도 배럴당 81.0달러로 집계됐다. 윤활유의 경우 수출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수출단가가 130.4달러를 기록하는 등 전체 제품 평균을 견인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수요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정유사 가동율도 점진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는 정유업계가 글로벌 석유수요 증대에 맞춰 수출지역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수출로 국가수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된 국가는 중국(21.5%)으로, 일본(12.6%)·싱가폴(12.1%)·미국(10.3%)·호주(10.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호주향 수출이 급증하면서 대중국 의존도가 29%에서 22%로 완화됐다. 제품별 비중은 △경유(42%) △휘발유(23%) △항공유(14%) △나프타(7%)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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