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너 잇달아 주식 매각…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
LG‧롯데도 마찬가지…기업인 떠날 때마다 상속세 논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 오너 일가가 최근 삼성전자, 삼성SDS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하면서 또다시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주식 매매는 고 이건희 회장이 물려준 주식에 대한 상속세 지불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국가 경제의 근간인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상속세 완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아직 실질적인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2위를 차지한다. 특히 최대주주의 주식에 할증률까지 적용하면 최고 상속세율은 60%로 1위인 일본(55%)보다 높다.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는 일부 중소·중견기업(자산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 및 3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제한돼 있어 대기업 상속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경제단체들이 상속세·법인세 완화를 포함한 건의 사항을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상속세 완화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삼성 오너 일가가 최근 삼성전자, 삼성SDS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하면서 또다시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주식 매매가 고 이건희 회장이 물려준 주식에 대한 상속세 지불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오너 잇달아 주식 매각…상속세 재원 마련 때문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오너 일가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 현금 1조37000억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을 위해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3.9%)를 블록딜로 처분해 1900여억원을 확보했다. 또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삼성생명 주식 약 346만주를 처분했다. 

모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했다. 분할 납부는 다음 달 29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건희 회장의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LG‧롯데도 마찬가지…기업인 떠날 때마다 상속세 논란

상속세 부담은 비단 삼성 일가 뿐 아니라 대다수의 기업에 해당된다. 기업인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유족들이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 지분 8.8%를 상속받아, 약 72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지불하게 됐다. 당시 구광모 회장 등 상속을 받은 유가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상속세를 납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으로 30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한진그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가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700억원으로, 이들 역시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분납하기로 했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수차례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명을 달리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유가족 역시 수조원의 상속세를 떠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 발목…언제 완화 되나

이에 학계에서는 최고세율이 60%에 이르는 상속세가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상속세율이 계속 된다면 경영권을 지키면서 상속세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속세 제도를 이대로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50년 이상 된 기업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라며 “모두 해외로 떠나고, 기업을 한다는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공무원만 남는 나라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국가 경제의 핵심인 기업은 장기간을 통해 만들어진다. 영속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경영 영속성이 사라진다면, 결국 이는 국가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속을 받는 시기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상속을 받은 시기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닌, 상속 받은 재산이 자본 소득으로 현실화 됐을 때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