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크래커·에탄크래커 등 설비 원가 부담 확대…중국·유럽서 공급과잉 해소 기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1분기 실적이 주목 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첫째주 납사값은 톤당 888.5달러로, 전주 대비 8달러 가량 하락했다. 반면, 에틸렌은 1360달러로 상승하면서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여천NCC·대한유화 등 납사크래커(NCC)를 운영하는 국내업체들이 톤당 3000달러 안팎의 에틸렌 스프레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석유화학부문 수익성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제공

실제로 LG화학은 올 1분기 8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40% 가량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산 NCC 정기보수가 종료됐지만, 폴리에틸렌(PE) 등 제품값이 원가 상승분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소재부문은 양극재와 분리막 등 전기차배터리 소재를 중심으로 실적이 향상됐고, LG에너지솔루션도 제너럴모터스(GM) 리콜 물량 대응 및 OEM 가동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테슬라향 원통형 전지 출하량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전분기 발생한 일회성 비용(약 1500억원)이 소멸됐으나, 춘절과 상하이 봉쇄 등 중국 관련 이슈로 폴리프로필렌(PP)을 비롯한 주요 제품값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에서도 첨단소재부문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했고, 수소·배터리·친환경 플라스틱을 비롯한 신성장동력을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줄어든 4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기보수 종료로 판매량 회복 및 일회성 비용 소멸 등의 효과가 발생했음에도 부타디엔 등 원가 부담이 컸던 탓이다.

특히 NB라텍스가 전방 수요 회복 부진 및 신규 증설 물량 유입으로 가격 하방 압력을 받았으나, 에너지부문은 유가 강세로 계통한계가격(SMP)이 오른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 여천 NCC 제2 사업장/사진=여천NCC 제공

한화솔루션은 1000억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일회성 비용 소멸 △전방수요 둔화 △가성소다 등 주력제품 시황 호조 등이 얽히면서 상대적으로 실적 하락이 적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부문(한화큐셀)의 적자가 1000억원대로 형성되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글로벌 물류차질과 원가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글로벌 태양광 수요가 200GW를 넘기고, 폴리실리콘 증설이 예고되면서 하반기 실적은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업계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러 제재로 유럽 내 천연가스 공급이 타격을 입으면서 스팀크래커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석탄·납사값 부담으로 설비 셧다운이 이어지는 등 공급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고,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대체(OPEC+)가 소폭이나마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유가 안정화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납사값 추이 등을 볼 때 2분기 실적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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