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럽 내 석유제품 공급 우려가 고조되면서 정제마진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4월 첫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3.95달러로,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의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등유와 경유가 이같은 현상을 이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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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업계는 국내 정유사에서 등·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견조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대체(OPEC+)가 다음달부터 증산에 나서는 등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으나, 고유가 기조를 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일일 500만배럴 규모를 수출하는 러시아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으나, OPEC+의 증산량이 40만배럴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정제설비 가동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유럽 내 수급 불균형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제유 수입의 40%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이 제조업·농업·수송용 제품을 다른 지역에서 구매, 최근 미국·아시아 지역 중간유분 재고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원유 생산을 늘리기 위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으나, 생산량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본이 탄소중립·환경규제를 이유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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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
업계는 에쓰오일이 올 1분기 1조원을 포함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70%를 넘는 수치로, 이 중 정유부문은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유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캐시카우'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올 상반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을 토대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S칼텍스도 자회사 지분법 이익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GS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을 주도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증가한 석유화학부문과 윤활유·윤활기유 제품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정유부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도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석유제품 수급이 정유사에게 우호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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