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주 정제마진 배럴당 12.1달러…등·경유 강세 힘입어 단기간 내 급락 가능성 낮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형성되고 있음에도 정제마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업계 1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2.1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6.4달러 상승한 것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제공

정제마진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등 화석연료 수입금지를 공식화하고,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비 및 운영비 등을 제외한 중간 이윤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배럴당 4달러를 넘기면 이윤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올 1분기 석유사업으로 1조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등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재고평가 이익과 마진 상승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4배 가량 오른 것으로,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도 1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탄소중립을 비롯한 이유로 미국·유럽의 오일 메이저들의 자본적 지출(CAPEX)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친미 국가들이 미국의 증산요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글로벌 수급 밸런스를 수요 쪽으로 밀어붙이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 원유 재고량이 4억배럴 수준까지 떨어지고, 국내 정유사들도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 1월 첫째주~3월 둘째주 정제마진 추이/자료=SK이노베이션 제공

업계는 등·경유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란 핵합의 타결 등으로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도 정제마진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증산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일명 '게임체인저' 역할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생산량을 현재 일일 평균 80만배럴 안팎에서 200만배럴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의 제재가 완화된다고 해도 낮은 기술력 때문에 고품질 원유를 찾는 곳에 제품을 공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활유도 꾸준히 이익을 실현할 제품으로 언급되고 있다.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겠으나, 친환경차 시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쓰오일토탈윤활유는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에쓰오일 세븐 이브이'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 하이브리드 엔진에 최적화된 연료 절감형 고성능 엔진오일(Quartz 9000 Xtra Future XT)을 출시했고, GS칼텍스도 국내 최초로 식물 베이스 친환경 엔진오일(Kixx BIO1)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 패러다임 시프트 등에 대한 우려로 원유 시추설비를 늘리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공급 부족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잉과 에어버스가 생산대수를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코로나 완화로 항공 수요까지 늘어나면 수급 밸런스가 더욱 빠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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