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 세계 무대서 인정
E-GMP, 디자인 개발 과정서 보수적 의견 나오자 '정주행' 결단
확고한 전기차 시장 선도 의지, 현대차그룹 게임체인저 부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시장과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개선하고 변화하자."
"일정이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해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 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제시한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 전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델들이 탁월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세계적 최고 권위의 상을 석권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특화 기능 V2L(Vehicle to Load), 평범을 거부하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개발 단계에서 내부적으로 시간과 비용, 시장 수용성 측면에서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됐다.

   
▲ 정의선 회장이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처하며 엔지니어들과 권역 책임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독려한 끝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 아이오닉 5‧EV6의 탄생을 이끌었다.

아이오닉 5는 13일(현지시간)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비롯,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 자동차에 시상하는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기아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ECOTY)'를 수상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했다.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는 '북미 올해의 차(NACTOY)'와 함께 최고 권위를 지니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세계 올해의 차' 3개 부문 수상과 함께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독일 유력 매체 '아우토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 '2021 IDEA 디자인상 금상',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 등을 차지했다.

기아 EV6는 '유럽 올해의 차', '아일랜드 올해의 차',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영국 유력 매체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 오버',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왓카 선정 올해의 차',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최우수상 및 본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GV60도 '2022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리더십 확보는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이 핵심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을 독려하며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추진하자"고 역설했다.

정 회장에게는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E-GMP 개발에 착수하기 전 내부적으로 전용 플랫폼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개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강행을 지시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도 주요 단계 때마다 직접 점검하며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타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을 적극 주문했다. 기존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 기술을 E-GMP에 기본 탑재해 고객들에게 현대차그룹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미래 콘셉트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과 18분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 경쟁 업체들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적용을 주저했던 고사양 장치를 E-GMP에 대거 탑재했다.

급속‧초급속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충전시스템', 승차감과 핸들링은 향상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4WD와 2WD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해 효율적인 운전을 돕는 '전기차 감속기 디스커넥터(동력 분리장치)' 등도 세계 최초로 개발 적용했다.

이들 기술의 개발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 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전용 전기차의 과감한 디자인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기아 EV6 개발 초기, 일부 보수적 성향의 해외 고객 반응을 감안해 해당 권역본부에서 디자인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EV6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힘을 실어줬고, EV6는 출시 이후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디자인 부문'과 '2022 독일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등 글로벌 주요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차량의 전동화는 이동수단의 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해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회장 취임사에서 "인류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앞장서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무대에서의 높은 평가만큼이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25만2719대를 판매해 전세계 '톱5'권에 진입했다.

올해는 전용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됨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큰 폭의 증가세가 확실시된다.

올 1분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 4만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서 2만2768대, 해외에서 5만4033대가 판매돼 각각 155%, 52%씩 늘었다.

전기차에 특히 관심이 높은 유럽에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유럽 전기차 전문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14개국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를 제치고 폭스바겐과 스탤란티스에 이어 판매순위 3위를 차지했다.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EV 라인업을 갖춰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EV6의 고성능 버전인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전기차 성능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용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한다.

'eM' 플랫폼은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체계를 적용한다. 현재 개별 전기차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EV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딜리버리(배달·배송)와 카헤일링(차량호출)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상품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2025년 '올 커넥티드 카(All-Connected Car)' 구현에 나선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표준화 및 제어기 OTA 업데이트 기능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고객은 차량 구매 후 지속적인 무선 차량 업데이트로 늘 새로운 차를 타는 듯한 경험과 커넥티드 카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완성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현재보다 한층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도입과 통합제어기 적용으로 개발 복잡성을 낮춰 보다 효과적으로 제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체제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차량에 적용되는 제어기 수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